쿠바 대표팀의 카를로스 마르티 감독이 통역을 통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질문할 것이 하나 있다"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의 카를로스 마르티 감독은 26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국가대표팀과의 2차 평가전에서 6-7로 패한 뒤 기자회견 말미에 갑자기 한국 취재진을 향해 말을 걸었다.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던 마르티 감독은 "왜 한국에는 이처럼 많은 기자들이 야구에 몰려드는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물으며 웃었다.
마르티 감독이 자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기자는 많은데) 늙은 기자는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에 기자회견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야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2017 WBC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의 평가전 기자회견장에는 30명이 넘는 취재진과 다수의 카메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공식경기에서조차 확인할 수 있었던 야구 열기가 마르티 감독에게는 신선하게 보였나보다.
이날 고척돔에는 비공식경기임에도 불구하고 7198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마르티 감독은 고척 스카이돔과 KBO의 지원에 대해서도 칭찬을 늘어놓았다. "경기장이 너무 좋다. 정말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우리 대표팀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잘 뒷받침해줘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쿠바는 한국과의 두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 25일 첫 경기에서 1-6으로 졌다. 쿠바는 당일 새벽에 한국을 밟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26일에는 한층 더 나아진 전력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접전 끝에 6-7로 패했다.
마르티 감독은 2차전에 대해 "좋은 경기였다. 어제보다는 확연히 좋은 상태로 선수들이 뛰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한국에는 수준이 높은 선수들로 구성된 것 같다. 준비성이 아주 뛰어나고 타격도 좋았다. 필드에 뛰는 모든 선수들이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쿠바는 WBC 본선 B조에서 일본, 중국, 호주와 격돌한다. 일본 도쿄에서 B조 1라운드를 치른다. 만약 1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한국과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경쟁팀이다.
쿠바는 한국 대표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바노스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다. 바노스는 4⅔이닝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3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특히 절묘하게 꺾이는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을 앞세워 1회에 서건창, 허경민, 김태균을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바노스의 변화구가 지금껏 던진 쿠바 투수들 가운데 가장 예리했다. 슬라이더와 커터가 굉장히 예리하게 꺾여 타자들이 노리고 들어갔지만 범타로 많이 물러났다. 변화구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른 타이밍에 꺾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자들이 때려도 타이밍이 늦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바노스는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만나게 될 낯선 투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