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 감독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오승환에게 더 해달라는 주문을 할 수 없었다"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국가대표팀은 6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2017 WBC 본선 A조 1라운드 개막전에서 1-1로 팽팽하던 8회초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확실한 '믿을 구석'이 있었다. 바로 오승환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승환은 마운드에 올라 최고 구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불을 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오승환은 9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총 20개의 공을 던졌다. 이틀 연속 등판을 위한 한계투구수는 30개 미만. 하지만 대표팀은 오승환에게 더 이상 마운드를 맡기지 않았다. 그 사이 어떻게든 점수를 뽑았어야 했다.
한국은 이스라엘에게 연장 10회초 결승점을 내주고 1-2로 졌다. 타선의 계속된 침묵, 특히 막판 승부처에서의 부진은 김인식 감독이 진단한 가장 큰 패인이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오승환이 위기 때 막아줬으면 했는데 잘해줬다. 투구수가 남아있었어도 그동안 오승환이 그 정도의 패턴으로 갔기 때문에 더 해달라는 주문을 할 수 없었다. 소속팀에서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라며 "그 이후에 득점을 뽑았어야 했는데 뽑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대표팀은 10회까지 무려 8개의 볼넷을 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이닝이 끝날 때까지 실점을 1점으로 최소화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불안하기만 했다.
김인식 감독은 "(매이닝) 첫번째 타자를 못 막아 궁지에 몰렸다. 위기를 잘 면했지만 결국 임창용도 (타자를) 걸러보내는 피칭 때문에 (결승점 허용의) 시초가 됐다"고 말했다.
10회 등판한 임창용은 안타 2개를 맞고 결승점을 내줬다. 결승 득점의 주인공은 1사 후 볼넷으로 걸어내보낸 아이크 데이비스였다. 결국 볼넷이 화근이 된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투수들이 상대 타자들을 걸러보낸 점이 아쉬웠다. 제구가 안되다 보니 기회를 주게 됐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도 패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투수는 상당한 수준이다. 경기 운영을 잘한다. 결정적일 때 타자들이 치기 힘든 카운트를 잡고 상대를 속이는 볼을 던지는 패턴에 우리 타자들이 고전했다"고 말했다.
먼저 1패를 당한 한국은 7일 A조 최강으로 여겨지는 네덜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