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미국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야구에서 타자는 삼진 아웃을 자주 당한다.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범한 '음주운전 삼진 아웃'은 그 대가가 너무 크다. 2017시즌 준비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고 이미지는 추락할대로 추락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3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1500만원 벌금형보다 무거운 벌을 내렸다.
약식기소로 끝내지 않고 재판에 회부한 것도,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내린 것도 모두 법원의 의지였다. 음주운전에 세차례 적발된 강정호를 상습범이라 보고 사안을 중대하다고 판단해 가중 처벌을 내린 것이다.
소속팀 피츠버그는 지난달 18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열었다. 시범경기도 시작됐다. 재판 일정에 발목이 잡힌 강정호의 시즌 준비는 이미 뒤처진 상태다.
강정호는 먼저 비자 발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정호 측은 당초 비자 신청서에 벌금형 약식기소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 22일 첫 공판에서 강정호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경우 허위사실로 비자를 신청한 셈이 된다며 원만한 비자 발급을 위해서라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거주 이동의 제약이 없는 집행유예가 선고된만큼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미국 비자 발급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강정호 측이 항소한다면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소를 하지 않고 당장 미국행을 준비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미국으로 건너가도 곧바로 시즌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강정호는 최대 4주가 걸리는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 이수에 동의한 상태다. 이 기간 정상적인 훈련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강정호.(사진=노컷뉴스)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의 재판 과정을 예의주시해왔다. 구단 자체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정호의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상품성도 떨어질 것이다.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기술을 다듬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지 못한다면 경기력 저하를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 바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2일 서울 강남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84%였다. 강정호는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바 있어 '삼진 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타석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의 '삼진 아웃'은 강정호에게 너무나 큰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