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의 WBC 2차전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한 네덜란드의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돼 좋은 점 중 하나는 국내 야구 팬이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의 기량을 두눈으로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본선 1라운드 A조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가 펼친 화려한 수비에 관중석에서는 감탄의 탄성과 아쉬움 섞인 한숨 소리가 뒤섞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는 시몬스의 수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시몬스가 스텝을 뻗고 공을 던질 때마다 한국의 득점 확률은 뚝뚝 떨어졌다.
한국 대표팀은 2회와 3회 연이어 병살타를 때렸다. 유격수 시몬스와 2루수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호흡에는 빈틈이 없었다.
특히 한국이 0-3으로 뒤진 3회초 수비 장면이 압권이었다. 1사 1,2루에서 서건창이 2루와 3루 사이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타구 속도가 꽤 빨랐다. 그러나 시몬스는 여유있게 역동작으로 타구를 잡아내 군더더기 없는 2루 송구로 6-4-3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마치 평범한 타구를 처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아마도 유격수가 시몬스라서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시몬스는 4회초 수비 때에도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김태균이 때린 깊숙한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 간결한 스텝으로 균형을 잡은 뒤 강력한 어깨를 뽐내며 여유있게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2012년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한 시몬스는 풀타임 첫시즌이었던 2013년에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할 정도로 수비력이 탁월했다. 시몬스는 그해 리그 MVP 투표 14위를 차지했는데 타격 성적은 타율 0.248, 17홈런, 59타점에 불과했다. 온전히 수비력만으로 적잖은 득표수를 차지한 것이다.
또 시몬스는 2013년 골드글러브 수상자 가운데 가장 수비력이 좋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플래티넘 글러브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시몬스는 2014년에도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필딩 바이블'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2차 통계를 기반으로 수비력을 평가해 수여하는 상이다.
시몬스는 물론이고 3루수 젠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 2루수 스쿱 등 현역 메이저리그들로 가득 찬 내야진에 구멍은 없었다.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뛸 내야 자리가 없어 지명타자로 출전했을 정도다.
그레고리우스는 경기 전 "지명타자로 출전하지만 3루수와 유격수를 다 해봤다. 팀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각자의 역할을 잘하면서 서로 도와야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내야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회 전부터 주목받았던 네덜란드의 내야진은 실력은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믿음까지도 명불허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