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일본 정부의 사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여기 한국 사회를 뒤흔든 여섯 가지 역사 논쟁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가 그 면면이다.
신간 '심용환의 역사토크'(심용환·휴머니스트)는 이들 주제를 두고, 역사가 심용환이 가상의 인물과 함께 대화하며 자연스레 이해도를 높이는 영리한 형식을 취했다.
심용환은 최근 CBS노컷뉴스에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위안부'였는데,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과 관련 강연이 많이 들어왔다"며 "한일 합의 논란도 있으니 '위안부' 문제를 한 번쯤은 쉽고 제대로 정리해야 하지 않나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범위를 넓힌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이슈 '위안부'는 수요집회에 자주 참여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깊이 모르는 대학생 제자와 심용환의 대화를 담았다.
"우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개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민족주의적이야. 민족주의적이라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일본에 대한 거니까 민족주의적인 분노를 느끼는 건 자연스럽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우선, '강제 동원'이잖아. 일제가 조선 '사람'들을 거짓말로 속여서 끌고 갔다고. 그러니까 분명히 '인권 문제'지. '여성'들을 끌고 가 '성적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잖아. 그러니까 '여성 문제'인 거고. 민족적 공분과 더불어 인권적인 견지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한다고 봐." (24쪽)
◇ "'과정보다 결과 중요하다'는 인식 만들어낸 것이 박정희 시대의 실책"
'심용환의 역사토크' 표지(사진=휴머니스트 제공)
이 책 표지를 보면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 사진의 위아래가 뒤집어져 있다. 군사 독재 시절부터 다져 온 '박정희 신화'의 허위성을 정면으로 비꼰 모습이다. 현대사 안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이니만큼 비중도 상대적으로 크다. 심용환의 대화 상대 역시 박정희 이야기만 나오면 화해 불가능한 큰아버지네 가족이어서 가장 논쟁적이다.
"큰 아버님 말씀대로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큰 방향을 결정했다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점에서 부실한 산업화, 그로 인한 엄청난 산업재해, 그리고 산업재해로 발생하는 숱한 인적·물적 자원의 훼손, 이런 변수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처럼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박정희 시대의 실책 아닌가요?" (208쪽)
마지막 주제인 고대사는 '위대한 고대, 그 열등감에 관하여'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주 옛날에는 더 '광대'하고 더 '강했다'라고만 외치는 것이 역사학의 임무인가?'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왜 항상 자부심만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여러 사건에 대한 세밀한 검토, 우리의 부족함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하는 게 자신을 비하하고, 식민사관에 물든 태도인가요? 더구나 그간 학계에서 사회사, 생활사, 여성사 같은 분야가 개척되고, 정치사 부분에서도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정작 그것을 담는 큰 틀은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244쪽)
심용환은 "고대사는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소위 '국뽕'의 도가 지나친 상황이 돼 버렸는데, 진보 진영에서조차 고대사에 있어서는 '우리 그래도 한때 잘 나가지 않았냐'고들 말한다"며 "'우리가 그때 못 나갔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영토 규모가) 커야만 하는가?' '크지 않으면 위대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