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다 피차이(왼쪽)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 (사진=steveuglysims 인스타그램)
글로벌 IT 산업을 이끄는 애플과 구글의 CEO가 비밀리에 저녁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화 내용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팀 쿡 애플 CEO와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저녁 9시경 미국 캘리포니아 주 서안 교외 지역인 팔로알토의 베트남 음식점 타마린(Tamarine)에서 직원 배석 없이 단독으로 만났다. 미국과 전 세계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두 기업의 CEO가 만난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가 한 커피숍에서 만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CNBC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 매체들은 쿡과 피차이 두 CEO의 이례적인 만남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둘이 나눈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긴급 인터넷 설문조사까지 내놨다.
만찬의 성격이나 둘 사이의 정확한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지만 양사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취업비자 H1B 제한을 비롯해 자연스레 양사간 소송이나 협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체 수익의 80%를 애플이 독차지 하고 있다. 과거 소송까지 불거지며 팀 쿡은 과거 안드로이드를 '독성이 강한 지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두 기업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샌버다니노에서 발생한 총기테러범 사이드 리즈완 파루크의 아이폰5C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라는 FBI의 요구를 거부한 애플의 입장을 구글이 지지하고 나선데다 양사간 인공지능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이민자, 취업비자 제한 문제 등 글로벌 인재로 구성되어 있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어 내부 경쟁에서 외부의 위협을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위기의식 차원의 만남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CNBC가 '팀 쿡과 선다 피차이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온라인 설문조사(poll)를 실시한 결과 9640명의 응답자 가운데 31%를 차지한 '이민 정책'이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인공지능과 차세대 먹거리'(29%) 3위 '리오넬 메시(축구선수)와 원리퍼블릭(가수)' 등 신볍잡기(18%), 4위 '모바일 기술'(15%) 5위 '세금 문제'(8%) 순으로 나타났다.
쿡과 피차이는 이날 와인 잔을 기울이며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