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토민트 장철웅)
압권은 카르멘으로 분한 메조소프라노 추희명이었다. 등장과 동시에 표정·몸짓·손짓만으로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갈라콘서트였음에도, 추희명 때문에 오페라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15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7 CBS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 - 카르멘이 무대에 올랐다.
한 해에도 수차례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가 바로 카르멘이다. 오페라, 뮤지컬, 심지어 연극(음악극)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때문에 갈라콘서트는 볼거리가 없는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우였다.
카르멘의 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나선 추희명은, 귀로만 감상하던 관객들의 자세를 순식간에 바꿨다.
메조소프라노 추희명.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객석을 바라보는 도도한 눈빛,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살짝 올라간 입꼬리, 미모를 자신하는 당찬 표정까지. 팜므파탈 카르멘이 눈앞에 있다면 저랬을 것이다.
자신을 보고 떠드는 남자들에게 쌀쌀한 태도를 보이지만, 혼자 모른 체하고 총을 닦고 있는 호세에게 관심이 생겨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를 부를 때, 추희명의 동작은 간결했다.
여성미를 한껏 강조한 자세를 취한 채, 장미를 쥔 채 가벼운 손짓만으로 매력을 어필했다. 추파이자 구애인데도, 결코 가볍지 않은 절제된 동작이었다.
추희명으로 인해 공연장 분위기는 듣는 공연이 아닌 보는 공연이 됐다. 표정과 몸짓에 집중해야만 했다.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여기에 황혜재(메조소프라노), 최우영(소프라노), 박세훈(테너), 오정율(테너)이 함께 노래한 '우리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소' (Nous avons en tete un affaire)는 표정 연기의 재미를 관객에게 가장 인상 깊게 안긴 순간이었다.
카르멘과 대비되는 역할 미카엘라로 분한 소프라노 박현주는 추희명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표정보다 음색으로 감정을 전달했다.
'동양의 마리아 칼라스'라는 명성에 걸맞는, 섬세하면서도 굵은 선과 풍부한 감정, 내면을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특히 아리아 '나는 두렵지 않아'는 내용이나 가사를 모른 채 듣는 사람에게도 목소리에서 구슬픈 감정과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옛 애인을 찾겠다는 의지가 전달됐다.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카르멘에 빠진 병사 돈 호세 역의 테너 김충희는 정확하고 박력있게,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공병우는 시원하면서도 박력있게 열창해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성악가들이 개개인의 매력을 뽐낼 수 있게 한 데에는 지휘자 카를로 빨레스키(폴레토스페리멘탈레 극장 상임지휘자이자 페루지아 국립음악원교수)가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스칼라합창단의 역할이 컸다.
한편 CBS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 - 카르멘은 이제 단 한 번만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인 16일 공연은 코엑스 오디토리움으로 옮겨 공연한다. '아름다운 열정'은 CBS가 창사 60주년이었던 201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문의 : 02-2650-7481, CBS공연기획센터.{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