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인용 결정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촛불항쟁을 통해 대통령 박근혜 파면과 새 세상을 열어젖힐 동력을 빚어낸 시민들의 힘이, 지난 스무 차례의 촛불집회 뒤 남겨진 빚 앞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현재 촛불집회로 생긴 적자 1억여 원을 메우기 위해 시민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촛불집회 사회자로도 널리 알려진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16일 CBS노컷뉴스에 "(시민들에게 후원을 청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촛불집회를 이어오면서 거의 매회 현장 모금액으로 그날 그날 집회를 근근이 이어왔어요. 무대, 음향, 조명을 비롯해 간이화장실, 현장에서 나눠준 초 등이 모두 모금액으로 운영된 거죠.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당일, 그리고 앞뒤로 목금토 3일간 집회를 했잖아요. 당시 하루하루 똑같은 비용이 들었는데, 모금은 토요일만 된 상황이었어요."
박 실장은 "당시 집회 비용으로 3억 원이 들었다고 하면 모금액만으로 1억 원을 충당하고 2억 원의 적자가 생긴 셈"이라며 "이 가운데 7000만여 원은 무대팀이 '함께했으니 후원하겠다'고 받지 않았다. 그래서 오롯이 남은 적자가 1억 원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퇴진행동 사무국장과 소통하면서 '공식적으로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전에 팟캐스트 등에 출연하면서 도움을 청해 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금액이 많이 모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개인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는데, 엄청나게 공유되면서 어제, 오늘 사이 놀라운 감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전야부터 시작된 집회비용으로 퇴진행동 계좌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광장이 아니고서는 집회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는데, 고생한 무대팀들에게 미수금을 남길 수도 없는데 적자 폭은 1억을 상회합니다. 그것도 1억 가까운 비용을 무대팀이 후원해도 그렇습니다. 다시 시민 여러분에게 호소드릴 방법 밖엔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실장은 "지금 이렇게 말하면서도 울컥하다"며 "퇴진행동 측이 공식발표를 하기도 전에, '어렵다'는 이야기를 살짝 비쳤을 뿐인데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일처럼 몇 만 원씩 십시일반 도움 주시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낸 광장이 맞구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물음에 그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역사는 분명히 기록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 역사가 아름다고 위대하고 찬란한 이유는 딱 한 점이 되기 위해 그 자리에 왔던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서 (그 광경을) 봤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이 역사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잊지 마세요. 그 힘으로 박근혜 없는 세상뿐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같이 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