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썰전' 방송화면 갈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검찰 소환 조사 당시 포토라인에 서서 전한 '29자 메시지'를 두고, 유시민 작가가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유 작가는 23일 밤 방송된 JTBC '썰전'에서 "(검찰소환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담긴) 이 두 문장은 아무런 메시지를 안 낸 것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에 대해 유 작가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실상 아무런 명시적인 메시지가 없는 것은 지금까지 견지해 온 입장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입장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선의로 한 것이고 기업들은 국가 발전을 위해 돈을 낸 것이고, 최순실 등이 그런지는 몰랐고, 내가 받은 것은 없다'는 입장을 그대로 밀고 간다는 뜻이다."
이어 "두 번째는 전직 대통령의 명예, 또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은 갖고 가지 않겠다, 버리겠다는 의미"라며 "그러니까 피의자로서 누려야 마땅한 시민의 권리, 우리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의 권리만 가지고 검찰과 싸우겠다는 의사 표시로 봤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 역시 "그런 의도로 볼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 작가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나 정치인으로서의 자의식 등이 있다면 국민 일반에게 사과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만, 당연히 나를 뒷받침해 줬고, 지금도 집 앞에 와서 태극기를 들고 밤을 새우는 분들에 대해서까지도 뭔가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핵의 사유가 됐던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정치 상황에 대해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기대를 갖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기다렸는데 안 나왔다. 이는 '앞으로도 그런 메시지는 없다'는 뜻이다."
이에 전 변호사는 "본인(박 전 대통령)에게 어떠한 정치적인 미래가 있다면 당연히 메시지가 나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이 취할 행보를 예측했다.
그는 "파면 당한 대통령은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가족의 돈 문제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됐잖나"라며 "그 무렵 노 전 대통령이 자기 지지자들을 향해 낸 메시지는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였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전직 대통령으로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어떤 오류가 드러났다. 그로 인해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과 내가 딛고 있던 정치적 진영이 완전히 풍비박산 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더 이상 정치를 안하는 분이었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기 위해 '나를 버리라' '이 실패는 나의 실패이지, 내가 몸담았던 정당이나 정치적 세력·진영의 실패가 아니다' 또는 '진보라는 이념적 지향의 실패가 아니'라며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던 정치집단, 또는 시민들과의 관계를 끊어내서 자기 혼자 그것을 안고 가려고 노력한 메시지를 계속 냈다."
유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안 내고 있다. 당연히 보수 쪽에서는 기대할 것 아닌가. '허물은 내가 쓰고 가고 지지층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게 없다는 얘기는 앞으로도 이걸 안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피의자로서 유죄선고, 형량을 막아내기 위해 피의자로서 싸우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