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은 종편 재승인 합격점인 650점에 미달하는 625.13점을 받았음에도, 방통위로부터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따냈다. (사진=TV조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재승인 합격선에 들지 못한 TV조선에게 '3년 조건부 재승인'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방통위는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제16차 위원회 회의를 열어 종편 3사(TV조선·JTBC·채널A) 재승인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종편 재승인을 위한 심사위원회(방송·미디어 전문가 13인)를 구성, 3사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TV조선과 JTBC는 오는 31일, 채널A는 내달 21일 승인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심사사항은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400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21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19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10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100점) 등 5가지였다.
그 결과, JTBC는 1000점 만점 중 731.39점, 채널A 661.91점을 얻어 재승인 합격선인 650점을 통과했다.
반면, TV조선은 625.13점에 그쳤다. 특히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부문과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부문 실적이 각각 95.67점(50%), 108.40점(52%)으로 낮았다.
방통위는 지난 6일 재승인 합격 기준을 충족한 JTBC와 채널A에게 의견을 청취했고, 지난 22일 재승인 합격 기준에 미달한 TV조선에 대해 '청문'을 실시했다.
한 달 여 간의 논의를 거쳐, 방통위는 결국 합격점에 미달한 TV조선에 3년 조건부 재승인을 해 줬다.
방통위가 제시한 재승인 조건은 △사업계획서 및 추가개선계획 성실히 이행할 것 △'방송프로그램의 품격제고 계획' 준수 △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건수 연 4회 이하로 줄일 것 △객관적·투명한 검증기구 구성 및 운영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분야를 조화롭게 편성하되, 뉴스·탐사보도·시사논평·토론대담 장르는 추가개선계획에서 제시한 비율(32.6%) 이내로 편성 △연도별 콘텐츠 투자금액 이상과 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을 준수할 것 등이다.
이때 이행실적 점검 결과 재승인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하고, 주요 조건에 대한 이행 여부를 6개월 단위로 점검해 시행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재승인 조건을 반복 위반한 때에는 업무정지·청문 절차를 거쳐 승인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 합격선 못 든 TV조선, 어떻게 살아났나
3월 20일자 조선일보
TV조선은 재승인 심사위원회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채널A와 총점에서는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으나, 실적과 개선 의지 분야 모두 미흡하다는 설명이었다.
심사위원회는 "오보·막말·편파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보도 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므로, 보도 프로그램을 전체 방송시간의 33.3%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이후 흑자로 전환됐으나 콘텐츠 투자 실적이 타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향후 5년 간 계획도 매우 소극적으로 제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문제 상황 개선을 위한 의지와 시청권 등을 고려해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계획 대비 이행실적이 다소 부진했더라도 사업자가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 경우, 시청자의 '볼 권리'를 우선시해 재승인 기회를 부여하되, 엄격한 조건을 달아 종편PP 설립 취지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TV조선은 '방송 개선 의지'가 담긴 계획을 청문 자리에서 밝혔다. TV조선은 "시사프로그램 축소, 조화로운 편성, 진행자와 출연자 관리 및 제재 강화를 통한 방송프로그램의 품격 제고, 콘텐츠 투자 확대 등 개선사항이 담긴 계획을 제출한다"며 "이를 성실히 이행해 올해를 TV조선이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문 주재자는 "청문을 통해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공성 분야에서 향후 개선을 위한 사업자 의지는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방송 출연자 관리 제도 개편과 1진아웃제 등의 조치 등으로 법정제재 수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근본방지 대책이 더 연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TV조선은 20일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도 대대적 혁신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교양·예능 프로그램 1:1:1 균형 편성 △'맘대로 가자', '며느리 모시기' 등 올 상반기에만 10개 이상 프로그램 신설 △시사·보도 프로그램 출연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1번 받아도 곧장 하차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법정제재를 3번 받은 프로그램을 폐지시키는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시행 등이 골자다.
◇ 야당 추천 위원 "'불허'를 염두에 두고 조건 단 것"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오전 제16차 회의를 열어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TV조선이 재승인 심사에서 합격점에 미달했다는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앞서 나간 상태에서, 방통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방통위는 TV조선에 대해 신중하고 엄격하게 심사를 하되, '합의제 기구'의 정신을 살려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은 TV조선에 3년 조건부 재승인을 한 것이 '재승인'이라는 결과에 적극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청문까지 한 것은 '불허'를 염두에 두고 (조건을) 달아준 것"이라며 "TV조선이 (청문 당시)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의 노력을 한 것으로 저도 평가하지만, '조건부'에 더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삼석 위원은 "재승인을 불허했을 때 사회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 저는 TV조선 (재승인)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에 도달했고 개인적 입장은 변함없다"며 "제 입장이 끝까지 반영 안 된 건 아쉬우나 이견이 있더라도 논의결과를 존중한다. 이것이 적극적인 동의는 아니다. 합의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동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JTBC·채널A 심사 결과는?
이날 회의에서는 JTBC와 채널A에 대한 심사위원회의 총평도 공개됐다.
심사위원회는 JTBC에 대해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적과 계획이 우수하며 보도프로그램 품질 제고에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됨 보도·교양·오락프로그램의 편성이 타사에 비해 균형이 있다고 판단된다. 콘텐츠 투자 실적 및 향후 계획을 볼 때 과감하고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 의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채널A에 대해서는 "오보·막말·편파방송으로 인한 심의조치 건수가 비교적 많고 관련 이행 실적도 저조하나 향후 실행계획은 평가할 만하다. 보도 기능을 갖는 시사논평 프로그램 편중이 심하므로, 관련 장르를 전체 방송시간의 33.3%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 간 콘텐츠 투자 실적이 2014년 재승인 계획의 80% 가량에 불과하고 절대금액도 많지 않았으나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제시해 실천이 담보된다면 긍정적 결과 가져올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한편, 각 종편의 승인유효기간은 TV조선 2017년 4월 1일부터 2020년 4월 21일까지, JTBC 2017년 4월 1일부터 2020년 11월 30일, 채널A 2017년 4월 22일부터 2020년 4월 2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