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희단거리패가 기획한 뮤지컬 '점점 투명해지는 사나이'(극단 가마골 / 이채경 작연출)를 무대에 올린다.
윤동주를 소재로 했던 기존의 공연들과는 명확한 차별점을 갖췄다. 특히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연은 해수투입 생체실험을 당하는 시인 윤동주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기 하루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일본인 간호사 요코의 기억과 상상으로 재구성한다.
생체실험을 당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따뜻한 시편을 빚어내는 시인 윤동주의 아름다운 본성, 시인 윤동주는 몸 속에 바닷물을 받아 들이면서 이렇게 노래한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이채경 연출은 "역사를 소재로 한 극, 특히나 우리에게 민감한 시절에 대한 극을 쓸 때 우리는 일정한 모드, 특정 시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만주를 누비던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는 자랑스럽고, 일제시대 이야기는 분개스러운 것처럼.
하지만 연출은 "역사에서 정말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감정적 고양만이 아닌, 그 역사적 사실이 현대 사회에 던져주는 ‘화두’-보편적 진실 아닐까"라며 "역사를 통해 현 시대를 바라보는 방법은 ‘그 시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 사건 자체를 현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애써 시대적 상황을 넣으려 애쓰지 않았다"며 "중요한 건 그 당시에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들이 존재했다는 거다. ‘역사적 인물’이라는 접근보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접근을 취할 때 비로소 보편적인 ‘개인의 진실성’이 드러날 것"이다고 설명한다.
이어 "우리에겐 윤동주는 유명한 시인이지만 그 누군가에겐 그저 마루타에 불과했던 개인.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사회적 맥락 속의 나란 개인. ‘사실’이 아닌,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바라보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며 "이것이 이 시대를 바라보는 나의 자세이고, 이것이 ‘단 하나’의 진실은 아니더라도, ‘또 하나’의 진실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2014년 '서시'란 이름으로 첫 공연을 한 이후, 대본과 음악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버전으로 공연된다. 4월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