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세월호 인양으로 참사의 아픔이 다시 환기된 가운데, 이를 빌미로 유력 대선주자에 흠집을 가하려는 SNS상의 비방 시도가 발견됐다. 세월호 선사의 사주인 유병언의 뒷배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봐줬다는 취지의 주장이 9일 제보됐다.
모 산악회에서 지난달 25일 공유됐다는 제보는 "유병언의 세모에 빚 2000억을 탕감해 주고 일본이 버린 폐선을 도입해서 불법 개조하게 해준 것도 노무현이었고, 그런 과정 일체를 맡아서 해준 변호사는 문재인입니다"라는 구절이 골자다.
인터넷 검색 결과 동일한 내용이 일부 개인 블로그에도 게시된 것이 확인됐다.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주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의 유착 의혹 제기된 문재인 전 대표는 즉시 경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를 통해 "양심적인 법률가가 아닌 법비(法匪 : 법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도적)로 법을 무기로 휘두른 것이 나비효과처럼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같은 당의 홍준표 후보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병언이 노무현 정권 때 1150억원을 탕감받았다. 이것이 세월호 사고의 사실상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일단 '2000억 빚 탕감' 명제는 도의적 논란 소지는 있으나, 문재인 후보가 빚을 탕감해줬다고 단정하기는 무리다. 전체적으로 이 구절은 거짓에 해당한다. 빚을 탕감하고 회사를 회생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사법부 소관이다.
유병언 일가가 경영하던 업체 세모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냈고, '문재인 변호사'는 당시 법원에 의해 채권자 측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신세계종금 등 5개 채권사가 떼일 위기에 놓인 돈은 2200억원에 달했다.
문 후보는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2002년 10월 유병언과 세모 등을 상대로 '가집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긴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유병언 일가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가압류·가처분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는 못한 채, 2003년 2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부임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매체 '선데이저널'은 이 문제에 대해 2015년 8월16일자 첫 보도, 지난달 16일자 후속보도를 내놨다. "채권회수 책임자였으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유병언 전 회장이 재기하게 되고 세월호 사업까지 영위하게 됐다는 원죄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문재인 전 대표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시 국내 보수매체들이 이를 인용 보도한 바 있는데, 최근 대선을 앞두고는 문 후보가 유병언의 '빚을 탕감했다'는 논리비약적 주장이 횡행하는 상황이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문 후보를 '채권자 측'이 아니라 '유병언 측' 파산관재인이라고 허위사실을 주장했다가 정정하는 촌극도 빚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본의 폐선(세월호)을 '불법 개조하게 해줬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논란의 시기는 이명박 정부 때일 뿐이다.
세월호는 1994년 건조돼 일본에서 18년간 운항하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2년 국내로 수입됐다. 승선 정원이 804명에서 921명으로, 선박 무게가 6585톤에서 6825톤으로 증축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이명박정부 때 인허가로 이뤄졌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