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KBO 리그로 돌아와 2004일만에 정규리그에서 안타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이대호가 해외 무대로 떠나기 전 마산구장은 그에게 제2의 홈구장이었다. 6년만에 KBO 리그로 돌아온 지금 마산구장은 '롯데의 천적' NC 다이노스의 안방이 됐다.
마산은 여전히 이대호에게 따뜻했다. 31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NC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진행된 선수단 소개 행사에서 이대호가 호명되자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대호는 2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이대호가 등장하자 롯데 팬들이 자리한 3루 관중석에서 "대~호, 대~호"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적어도 이대호가 등장할 때만큼은 마산구장이 부산 사직구장 같았다.
이대호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선 것은 2011년 10월23일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처음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이대호가 와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선수 부상만 조심한다면 공격야구를 충분히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보다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첫날부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며 150억원 몸값이 가치를 증명했다.
첫 타석에서 다소 허무하게 2루 플라이로 물러난 이대호는 4회초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2사 2루 득점권 기회에서 NC 선발 제프 맨쉽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때려 2루주자 번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NC는 번즈의 득점 장면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세이프.
이대호는 정규리그 기준으로 2011년 10월5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 이후 2,004일만에 KBO 리그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타점 기록은 2,005일만이었다.
이대호는 롯데가 4-6으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롯데에게 희망이 필요한 순간에 이대호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대호는 NC 마무리 투수 임창민을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때렸다. 높게 제구된 시속 143km짜리 직구를 시원하게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였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호령했던 놀라운 파워를 새삼 확인시켰다.
이대호가 KBO 정규리그에서 홈런을 때린 것은 2011년 9월22일 사직 SK전 이후 2,017일만에 처음이다.
이대호는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롯데 타선을 꽁꽁 묶은 NC 선발 제프 맨쉽을 유일하게 공략한 롯데 타자가 이대호였고 비록 5-6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팀에 희망의 불씨를 안겨준 것도 이대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