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테면 막아 봐' 전자랜드 가드 김지완이 2일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상대 김태술의 수비 속에 드리블을 하고 있다.(잠실=KBL)
인천 전자랜드가 또 한번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특유의 압박 수비와 활화산 같은 외곽포를 앞세워 봄 농구를 겨냥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PO) 원정 2차전에서 99-75 대승을 거뒀다. 이틀 전 1차전 75-89 패배를 되갚으며 5전3승제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승리의 수훈갑은 가드진이었다. 김지완(27 · 190cm)과 차바위(28 · 192cm) 등 체력과 기량에서 전성기를 맞은 장신의 하드웨어를 앞세워 삼성의 가드진을 밀어붙여 승기를 가져왔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경기 전 "삼성의 외곽과 골밑을 다 내주면 1차전처럼 질 수밖에 없다"면서 "오늘은 상대 가드진을 수비로 압박해 원활한 패스와 스크린 플레이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김지완과 차바위를 선발로 내보낸다"고 덧붙였다.
김지완과 차바위의 거친 수비에 삼성은 제대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1차전에서 23개의 도움을 기록한 삼성은 이날 14개에 그쳤고, 실책도 전자랜드보다 6개 많은 16개나 됐다. 전자랜드는 도움에서 26-14로 앞선 데다 가로채기에서도 8-3으로 압도하며 가드 전쟁에서 승리했다.
특히 김지완은 승부처였던 3쿼터 막판 5점을 집중시켜 승기를 가져왔다. 60-53, 7점 차로 쫓긴 종료 1분54초 미들슛을 꽂은 데 이어 14초 뒤에는 통렬한 3점포를 성공시켜 12점 차로 리드를 벌렸다. 1차전에서 6점 7도움으로 승리를 이끈 베테랑 주희정(40 · 181cm)의 수비를 제치고 넣은 슛이었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점슛을 시도하는 전자랜드 김지완.(잠실=KBL)
경기 후 이상민 삼성 감독은 "상대 압박 수비에 밀려 우리 공격을 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유 감독도 "김지완과 차바위의 수비로 이겼다"면서 "특히 김지완은 승부처에서 득점까지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에이스이자 선배인 정영삼(33 · 188cm)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정영삼도 팀 최다 17점에 김지완과 같은 6도움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공을 옆에 앉은 후배에게 돌렸다. 정영삼은 "이번 PO에서 지완이가 정규리그와 달리 미쳐 있는 것 같다"면서 "제 정신 차리지 말고 계속 미쳐 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김지완은 "사실 압박 수비를 하면 힘들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힘들면 삼성 선수들은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뛴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술, 주희정 등 삼성 선수들에게 유독 자신이 있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정영삼은 "(삼성에서) 널 못 따라간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후배의 기를 북돋워주려는 선배의 마음. 실제로 김지완은 이날 동료의 패스와 스크린 지원 속에 날랜 동작으로 삼성 가드진이 미처 따라붙기 전에 슛을 성공시켰다.
2차전에서 14점에 양 팀 최다 2가로채기를 기록한 김지완은 1차전에서도 11점에 팀 최다 5도움을 올렸다. 과연 김지완이 미친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