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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여지원 "한국서 지휘자 무티와 한 무대? 부담스럽죠"

공연/전시

    소프라노 여지원 "한국서 지휘자 무티와 한 무대? 부담스럽죠"

    소프라노 여지원.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제가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만나는 게 처음입니다. 한국에 와서 노래를 한다는 자체가 부담되네요."

    3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온 소프라노 여지원(Vittoria Yeo)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낯선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지원은 사실 국내에서도 낯선 소프라노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이름을 알린 것은 2015년 세계적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한국 소프라노 오페라 '에르나니' 주역으로 깜짝 데뷔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가 그를 직접 지목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여지원은 무티의 지휘 아래 안나 네트렙코와 더블 캐스팅됐다.

    그는 오는 6일과 7일 열리는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 무티와 함께 오른다. 한국 무대는 3년 전 대구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에 참여한 이후 두 번째이다.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여지원은 무티와 함께 오르는 한국 무대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했다. "대단한 분이잖아요. 그런 분과 연주하는 자체가 부담스럽죠. 그리고 한국에 와서 노래한다는 것도 기쁜 동시에 부담돼요. 저를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 모르실 테고. 외국에서는 노래하는 동양 여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든요."

    여지원 2015년 무티에게 발탁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2013년에 맥베스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그자리에 오셨어요. 그리고 공연 연습 때도 오셔서 저를 잠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때 인사도 못했고, 사실 온 줄도 몰랐어요. 그러다 1년 정도 뒤 다른 오페라가 있는데 저를 여주인공으로 생각했다며 오디션을 보자는 제의를 갑자기 하셨죠."

    당시 여지원은 "어떤 무대인지도 모르고, 세계적인 지휘자가 불러주는 것에 감개무량했다"며, "오디션을 본 뒤에야 잘츠부르크 무대라는 것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무티는 당시 여지원에게 "동양스럽지 않고, 목소리가 예쁘다"고 평했다. 그 의미에 대해 여지원은 "소리보다 그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좋게 보았던 것 같다. 나는 원래 겁이 많다. 그래서 티를 안 내려고 오히려 더 과감하게 해야지 한 게 그런 코멘트를 받은 이유같다"고 해석했다.

    소프라노 여지원.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여지원은 자신을 "재능이 없어 노력을 많이 한 타입"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그는 주목도 받지 못하는 성악인으로,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로 유학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네가?"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여지원 스스로도 "내 실력을 알기에 유학을 가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처음부터 노래를 잘하는, 타고난 분들 많은데, 저는 안 그랬어요. 그래서 기술적으로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많이 공부했어요. 부족한 점이 보일 때마다 선생님을 찾아다녔고, 그 순간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오랜 유학 중에도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아 지쳤을 법도 한데 여지원은 달랐다. 지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제가 잘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항상 부족한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다녀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잘하는 사람들은 벽에 부딪히면, '왜 안 되지'라며 좌절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원래 못했기에 항상 해결하는 법을 찾아다녀야 했고, 그런 과정 자체가 재미 있었어요."

    여지원은 서경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경대는 성악과가 사라지고 뮤지컬과로 바뀌었다. 그를 가르쳤던 스승들은 모두 학교를 떠났다.

    여지원은 성악과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쉽다"는 소회를 남겼다. 이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을 품고 노력하는 성악 후배들을 향해 한 마디를 남겼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꿈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비록 힘이 들어도 지치지는 않는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겠죠. 저도 제가 이렇게 될지 몰랐으니까요."

    여지원과 무티가 함께하는 공연 '세계유명 연주자 시리즈 - 무티 베르디 콘서트'는 오는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진행된다. R석 22만 원, S석 12만 원, A석 9만 원, B석 7만 원, C석 4만 원. 문의 : 031-230-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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