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제가 먼저 갈게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두둑한 배짱을 보여준 KGC 루키 박재한(가운데). (사진=KBL 제공)
"잘 할 선수예요. 기대가 큽니다."
KGC 김승기 감독은 시즌 초반 루키 박재한 이야기를 하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1번으로 김기윤을 낙점한 상황이라 박재한의 출전 시간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173.4cm 작은 키도 약점이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빠르고, 배짱 있는 가드"라고 칭찬했다.
김기윤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박재한에게 기회가 왔다. 김종근과 이원대라는 경쟁자가 있었지만, 박재한은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모비스와 맞붙은 4강 플레이오프.
김승기 감독은 2라운드 3순위 루키에게 중책을 맡겼다. 박재한은 모비스 양동근과 이대성을 상대해야 했다.
김승기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박재한이 빠르기 때문에 선발 출전시키려 한다. 모비스 양동근과 이대성 수비가 강하니까 최대한 몸을 안 붙게 하라고 주문했다"면서 "모비스가 프레스로 나오면 조금 약하니까 오세근에게 공을 잡아주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는 작지만, 우리 팀에서 가장 간이 큰 선수"라고 웃었다.
정규리그 21경기 평균 9분51초 출전이 전부. 하지만 박재한은 첫 플레이오프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이 인정한 배짱이 경기에서 나왔다.
1쿼터 양동근을 악착 같이 쫓아다녔다. 3점슛 하나를 내줬지만, 양동근도 박재한의 수비에 고전했다. 키퍼 사익스가 나온 2, 3쿼터 벤치를 지킨 박재한은 4쿼터 다시 코트를 밟았다. 모비스의 프레스도 침착하게 뚫었다. 이미 사익스가 한 차례 8초룰에 걸린 상황에서 박재한은 영리하게 빠져나갔다.
1, 4쿼터 박재한이 공을 운반하면서 이정현도 체력 부담을 덜었다. 이정현은 1쿼터 7점, 4쿼터 10점을 넣으며 공격에 집중했다.
79-74, 5점 차로 쫓긴 종료 6분52초전에는 결정적 리바운드까지 잡아냈다. 박재한의 리바운드는 오세근의 속공으로 연결됐다. 모비스의 상승세를 끊는 리바운드였다. 또 종료 4분46초전에는 이대성의 U파울을 유도한 뒤 자유투 2개를 성공시켰다.
김승기 감독도 경기 후 "간이 정말 크다. 수비를 봐라. 루즈볼(리바운드)을 잡아준 것이 컸다. 마지막 1~2점 싸움을 할 수도 있었는데 루즈볼을 너무 잘 잡아줬다"면서 "박재한 덕분에 정규리그도 잡은 경기들이 있다. 오늘도 잘 해줬다. 믿으니 선발로 넣는 것이다. 패스 연결도 잘 했다. 그 부분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