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만 해도 좋았는데...' SK 박정권(왼쪽)이 20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자신이 후원한 '윌슨병 환우' 배명호 씨의 시구를 받은 뒤 함께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인천=SK)
'비룡 군단'의 거침없던 고공 행진이 일단 멈췄다. 7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달렸다가 일단 숨을 골랐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자칫 연승 뒤 연패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승의 분위기를 언제까지나 이어갈 수 없는 만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의 지혜가 필요하다.
SK 와이번스 얘기다. SK는 20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3-5 재역전패를 안았다. 지난 12일 롯데전 이후 달렸던 7연승이 멈췄다.
아쉬움은 남았다. 이날 SK는 6회까지 0-2로 끌려가다 7회 이홍구의 4경기 연속 홈런 등 3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연승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대로 경기를 끝내야 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6연패 중이던 넥센이었다.
하지만 SK는 8회 재역전을 허용했다. 임준혁에 이어 등판한 필승 불펜 박희수가 2사 2루에서 김하성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으면서 고개를 떨궜다. 이후 서건창의 2루타, 윤석민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내주면서 패전을 안았다.
'잘 던졌는데...' SK 우완 윤희상이 20일 넥센과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인천=SK)
물론 연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긴 7연승을 달렸던 만큼 연승 피로감이 없을 수는 없다. 질 때가 됐으면 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다시금 집중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SK는 올 시즌 부침이 심했다. 널뛰기처럼 연패와 연승을 오갔다. 개막 6연패를 당했던 SK는 이후 2연승했고, 1패 뒤 다시 거짓말처럼 7연승을 내달렸다. 급하강과 급상승이 반복된 경우였다. 결코 건강한 팀의 행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전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감독 출신의 한 야구인은 "연패와 연승이 번갈아 나온다는 것은 전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면서 "SK가 연승을 달렸지만 반대로 연패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SK의 연승을 저지한 넥센도 그랬다. 넥센은 개막 5연패를 당한 뒤 5연승을 거두면서 승패 마진을 맞췄으나 다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가까스로 SK를 잡아내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SK와 넥센의 공통점은 젊은 선수들, 혹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현재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SK는 최근 김동엽, 한동민 등이 불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풀타임 주전이 올해가 처음이다. 선발 라인업에 최정과 박정권, 이재원 정도를 빼면 경력이 있는 선수가 드물다.
'빛 바랜 홈런' SK 이홍구가 20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7회 추격을 알리는 1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인천=SK)
여기에 트레이 힐만 감독도 넥센 장정석 감독처럼 올해 KBO 리그가 처음이다. 앞서 미국과 일본에서 지휘봉을 잡았다지만 리그의 특성은 엄연히 다르다. 자칫 경험 부족에 대한 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패 뒤 연승, 이후 다시 연패를 당한 넥센의 전철을 SK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날 넥센은 연패 탈출에 필사적이었다. 5회는 김하성이 올 시즌 팀의 첫 번트를 시도했고, 8회부터 마무리 김세현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만큼 연패 탈출이 절실했던 것이다.
물론 SK는 아직은 여유가 있다. 이날 졌지만 그동안 쌓았던 승수가 많아 9승8패, LG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공동 2위 NC-kt(이상10승7패)와는 1경기 차, 1위 KIA(13승4패)와는 3경기 차다.
하지만 자칫 여유를 부리다간 넥센처럼 쫓길 수 있다. 긴 시즌을 치르자면 슬럼프와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요는 얼마나 그 기간을 최소화하느냐다. 과연 SK가 널뛰기 일정 대신 계산이 가능한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