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학생여러분 시험 중이에요? 공부 안 하고 온 건 아니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차기 대선을 11일 앞둔 28일 오후 서울 홍대 앞에서 '청년 집중공략' 행보를 이어갔다. 심 후보는 전날 성신여대 앞 유세에 이어 이날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심알찍(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구호로 청년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정오쯤 심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서자 주변은 교통 혼잡을 빚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지나가던 시민부터 일부러 짬을 내 찾아온 직장인까지, 그리고 성소수자단체 회원들까지 주로 20~30대 청년들이 심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졌다.
본인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박주연(34) 씨는 "대선후보 중 우리의 권리를 대변해줄 사람이 심 후보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 "청년이 당당한 대한민국 만들 후보 누굽니까"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심 후보는 이날 청년들에게 "당당하게 무릎 꿇을 수 없다고 말하라"며 "졸업하기도 전에 빚쟁이로 만드는 대한민국에 (여러분은) 과감한 개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소리쳤다. 청년들은 환호했다.
심 후보가 "이번 대선은 청년들이 결정한다. 정의당에 다 밀고 들어와 여러분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라"고 소리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최근 지지율이 7-8%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탄 심 후보는 "저녁 토론 후 주말까지 (지지율) 두자리수를 넘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또 "저 심상정이 이번주 안에 '준표 아저씨' (지지율을) 잡아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고 그 다음 안철수 후보를 잡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어 "문재인·심상정 양강구도 만들기 위해 마지막 일주일 동안 20대 청년들의 힘 믿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소리쳤고, 20~30대 유권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경쟁후보들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청년 대통령'을 표방하는 심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말끝마다 '미래', '청년'을 얘기하는데, 실제 청년들이 가장 절박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얘기가 없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해서는 "준표 아저씨하고는 말 안 섞기로 했는데 그러니까 너무 막 나가는 것 같다"며 "'속 시원하게 한 대 때려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손으로는 안 되니 (오늘 저녁 토론회에서) 말로 때리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 SNS에서는 사실상 文과 '양강구도'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청년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심 후보는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93석의 자유한국당과 맞먹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며 3위인 홍 후보와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20대 사용자가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심 후보와 문 후보가 사실상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문 후보의 페이스북 친구는 50만4578명, 심 후보의 친구는 24만4812명이다. 인스타그램은 각각 7만400명, 2만4900명으로 5당 후보 중 두 후보가 가장 왕성한 SNS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심 후보의 유세도 '이번엔 홍대입구 습격-지지율 폭등의 기원을 찾아서 시즌2'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서 생중계됐다. 방송은 1시간 만에 조회수 2만3000명을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시청한 김** 씨는 "이곳은 새벽 5시30분입니다. 대선승리, 교섭단체 구성을 응원합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안** 씨는 "지금 전국적으로 가장 무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 무섭다는 어마무시한 '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심바람'을 넘어 강력한 토네이도가 돼 지지율 15% 넘어 20%까지 달려봅시다"라는 응원글을 남겼다.
◇ 독보적인 청년공약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유세 중 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심 후보는 핵심 청년정책으로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 선거 피선거권 연령 하향조정 ▲국공립 무상·사립 반값등록금 실현 ▲병사급여 인상 ▲청년사회상속제 등을 꺼내들었다.
심 후보는 대통령은 35세, 국회의원은 23세, 지방선거는 18세 이상이면 입후보 가능하도록 하고, 선거권도 18세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공립 무상 및 사립 반값등록금 실현에 대해서는 "3조5000억 원만 더 투입하면 등록금 제로시대·반값등록금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재정계획도 내놨다.
병사급여도 최저임금 40%부터 점차 올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청년사회상속제를 비롯해 "보육원에서 성장한 청년, 부모가 없는 청년들에게 2000만 원 정도의 기초자산통장을 만들어 상속시켜줄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제주도에서 온 이강일(36), 김지현(36) 부부는 "공약 방향이 다른 후보들과 다르고 독보적"이라며 "다른 후보에 비해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해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반겼다.
한편 심 후보는 이날 오후8시 5차 TV토론에서 경제분야 공약을 놓고 다른 후보들과 열띤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이 심 후보 지지율의 대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