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실내체육관이 만원사례를 이뤘다. (사진=KBL 제공)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삼성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인사를 나누자 장내 아나운서는 "특정 선수를 비난하는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외쳤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KGC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가 맞붙었다. 이정현이 거친 파울을 하자 넘어졌던 이관희가 일어나자마자 이정현을 밀쳤다. 이정현은 U파울을 받았고, 이관희는 곧바로 퇴장 조치됐다.
이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4차전의 응원전은 더 뜨거워졌다. 홈인 삼성 팬들은 3~4차전 내내 이정현이 공을 잡으면 야유를 퍼부었고, KGC 팬들은 원정에서도 이정현을 목청이 터지도록 응원했다.
이정현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KGC 김승기 감독은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원정에서 1승1패로 잘 해줬다. 여러 가지로 힘들었는데 잘 버텨줬다"고 말했다.
다시 안양으로 옮겨온 5차전을 앞두고 KGC 주장 양희종과 이정현이 구단 프런트를 찾았다. 양희종이 대표로 구단 프런트에 "우리는 상대에게 야유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정현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전달했다. 이정현-이관희의 다툼이 아닌 농구 그 자체로 주목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경기 전 장내 아나운서가 특별히 '비난 자제'를 언급한 이유다.
하지만 이미 뜨거워진 분위기는 식지 않았다. 1쿼터 종료 4분53초전 이관희가 코트로 들어오자 홈인 KGC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야유를 쏟아냈다.
장내 아나운서가 계속해서 "특정 선수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외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원정에서 당한 설움을 한풀이하는 듯 했다. 이관희가 공만 잡으면 이정현이 잠실에서 들었던 야유를 그대로 갚아줬다. 대신 이정현에게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비난 자제'를 당부했지만, 야유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홈과 원정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