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번째 응시' 삼성 이승엽이 21일 한화와 원정에서 7회 통산 450호 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대전=삼성)
두 번의 벤치 클리어링이 이어진 난전과 혈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대기록이 피어났다. 삼성의 '국민 타자' 이승엽(41)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을 다시 한번 썼다. 앞서 벌어진 양 팀 선발 투수 동반 최장이라는 역시 KBO 리그 최초의 기록과 대비를 이뤘다.
삼성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와 원정에서 접전 끝에 8-7 승리를 거뒀다.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최하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의 시리즈 스윕은 2015년 7월 28일∼30일 NC전 이후 처음이다.
점수만 보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케네디 스코어였다. 그러나 그 과정은 재미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화창한 주말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발단은 한화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3루에서였다. 삼성 선발 윤성환이 던진 6구째가 타석에 있던 김태균 몸쪽 깊숙하게 들어와 유니폼을 스치며 몸에 맞는 공이 됐다. 출루하던 김태균이 윤성환과 설전을 벌이면서 두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대치 상황을 벌였다. 별다른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아 2분 만에 경기는 재개됐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다음 타석 때 윤성환의 초구가 윌린 로사리오의 팔에 맞았다. 격분한 로사리오가 마운드로 향했고, 윤성환도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에 다시 두 팀 선수들이 몽땅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첫 대치와 달리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화 외야수 정현석이 윤성환을 밀쳤고, 이에 삼성 재크 페트릭과 한화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도 격정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두 팀 일부 선수와 코치가 주먹과 발길질로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초의 불명예' 21일 대전 경기에서 KBO 최초로 선발 투수 동시 퇴장의 불명예를 안은 삼성 윤성환(왼쪽)과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대전=삼성, 한화)
결국 윤성환과 비야누에바를 비롯해 정현석, 페트릭이 퇴장을 당했다. 두 팀 선발 투수가 동시에 퇴장을 당한 것은 KBO 사상 처음이다. 경기는 11분 뒤 재개됐다. 윤성환을 구원등판한 삼성 김승현은 4회 2사에서 한화 차일목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져 5번째 퇴장 선수가 됐다.
두 팀의 과열된 분위기처럼 경기 양상도 뜨거웠다. 삼성은 6회 1사 2, 3루에서 다린 러프의 유격수 땅볼로 1-1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2사 1, 3루에서 김헌곤의 우전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화도 6회말 2사 만루에서 정근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실책으로 갈렸다. 삼성은 7회 1사 2, 3루에서 강한울의 땅볼을 한화 2루수 강경학이 뒤로 흘리면서 2점을 뽑았다. 2사 후에는 러프가 2점 홈런을 터뜨려 분위기를 단숨에 가져왔다.
이어 이승엽이 1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승엽은 한화 바뀐 투수 송창식의 초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시즌 7호이자 역대 통산 최초의 450호 아치다. 지난 1995년 데뷔 이후 홈런왕에 5번이나 오르며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스윕을 막으려는 한화의 추격도 끈질겼다. 7회 김태균의 2점 홈런으로 4-7까지 따라붙었고, 삼성이 8회 구자욱의 시즌 9호 솔로포로 달아나자 8회말 2점을 내며 6-8까지 추격했다. 9회말에는 이성열이 1점 홈런을 날려 7-8 턱밑까지 쫓았다. 그러나 강경학, 조인성이 범타로 물러나 삼성의 승리가 확정됐다.
삼성은 12승29패2무로 9위로 떨어진 한화(18승25패)를 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한화는 4연패에 빠지며 넥센을 13-4로 대파한 kt(19승25패)에 8위 자리를 내줬다. 김태균은 연속 출루 기록을 75경기로 늘렸지만 팀 연패로 빛을 잃었다.
두산은 1위 KIA와 광주 원정에서 7-3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LG는 롯데와 잠실 홈 경기에서 4-3 짜릿한 역전승으로 싹쓸이 패배를 막았다. SK는 NC와 마산 원정에서 연장 끝에 9-4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