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에이스' LG 데이비드 허프가 1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잠실=LG)
지난해 쌍둥이 군단을 이끈 가을 에이스가 돌아왔다. 좌완 데이비드 허프가 올 시즌 3패 끝에 첫 승을 무려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허프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단 1점으로 묶었다. 팀의 6-1 승리와 2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허프는 삼진 7개를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안타 8개를 맞았지만 산발로 1실점으로 막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를 찍었고, 126~132km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이밍을 빼앗았다. 특히 날카롭게 꺾인 커터도 돋보였다.
올 시즌 3패 끝의 첫 승이다. 허프는 앞선 3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안았고, 평균자책점(ERA)는 무려 5.82까지 치솟았다. 오른 무릎 인대 파열 부상에서 2달 동안 쉬었지만 완전히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3전4기 끝에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KBO 데뷔 첫 완투승과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반 합류해 13경기 7승2패 ERA 3.13을 기록한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
경기 후 허프는 "사실 완투를 생각하고 등판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8회가 끝나고 경기를 마무리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9회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도 몸 상태를 물어보더니 경기를 끝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재활이 쉽지 않았다. 허프는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서 몸을 만드는 동안 힘들었다"면서 "TV로 팀의 연승과 연패를 지켜만 봐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 부진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면서 "이제 지난해만큼의 몸 상태와 구위가 돌아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완투 욕심을 낸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다음 날 새벽 아내와 2살 아들의 방한을 마중나가야 하기 때문. 허프는 "내일 가족에게 승전보를 알리고 싶은 마음보다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나가야 하는데 사실 오늘 경기를 빨리 마무리짓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웃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경기는 2시간 25분 만에 마무리가 됐다. 가족을 끔찍히 아끼는 에이스의 화려한 귀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