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은 비록 월드리그 2그룹 잔류를 걱정하는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여준 분명한 의지를 통해 한국 남자배구의 희망을 확인했다고 기뻐했다.(사진=국제배구연맹 제공)
“여자 배구만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남자 배구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호철 남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밝은 얼굴로 힘주어 말했다. 여자 배구에 내준 스포트라이트를 되찾아 오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국 배구대표팀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체코와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1주차 경기에서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풀 세트 접전 끝에 3-2(25-17 23-25 24-26 25-19 15-1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주전급 선수가 대거 빠진 가운데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월드리그 2그룹 잔류를 걱정해야 했던 김호철 감독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졌다. 대회를 앞두고 ‘2진 정도 되는 선수 구성’이라고 솔직하게 평가했던 김호철 감독이지만 체코전에서는 분명한 ‘희망’을 확인했다.
문성민과 전광인, 서재덕 등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주전급 선수의 부상과 재활 등으로 '에이스' 역할을 맡은 이강원은 비록 첫 경기였지만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소화했다.(사진=국제배구연맹 제공)
체코전을 마친 뒤 만난 김호철 감독은 “연습 때는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서는 자기 실력의 120%를 발휘했다”며 “역시 선수들이 가진 기량은 시합 때 나온다”고 기뻐했다.
이어 “현재 대표팀에 없는 선수들이 합류하고 (이)민규와 (노)재욱, (황)택의가 조직적인 모습만 만든다면 한국 배구도 가능성이 있다. 여자 배구만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고 남자 배구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대전적 3승12패의 열세를 극복한 승리는 분명 감독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풀 세트 접전의 고된 내용도 잊게 하는 기분 좋은 결과였다.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한 이강원(KB손해보험)은 “소속팀 경기보다 대표팀에서 더 긴장했는데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 긴장 풀고 잘 할 수 있었다”면서 “상대 선수들의 신장이 커서 생각을 더 하고 때렸다. 무엇보다 자신있게 때린 것이 잘 맞았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