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회말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 여유있는 표정으로 덕아웃을 향해 걸어가는 KIA 임창용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KBO 리그의 역사를 바꾼 KIA 타이거즈의 연속경기 두자릿수 득점 행진은 8경기에서 막을 내렸다.
KIA는 지난 6월2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시작으로 LG 트윈스,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8경기에서 평균 13.9득점, 타율 0.420, 출루율 0.462, 장타율 0.703을 기록하며 KBO 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KBO 리그의 종전 최다 연속경기 두자릿수 득점 기록은 4경기. KIA는 일본프로야구(4경기)와 메이저리그(7경기)의 최다 기록마저 뛰어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기간에 100% 승률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지난 5일 SK와의 원정경기에서 1-12 열세를 뒤집는 5회초 12득점으로 강타선의 불꽃을 태웠지만 불펜의 난조로 17-18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KIA는 6일 SK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두자릿수 득점 충족 기준의 절반인 5득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KIA 타선의 집중력은 여전히 강했고 경기 내용은 KIA가 그토록 바라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10득점 이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득점이 절실히 필요할 때 타자들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1-3으로 뒤진 7회초 이범호가 동점 투런홈런을 쏘아올렸고 8회초 서동욱의 결승타, 9회초 김주찬의 쐐기타가 이어졌다.
김기태 KIA 감독은 "야수들이 후반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불펜이 마지막 3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임창용은 이범호의 동점 홈런이 터진 직후인 7회말 마운드에 올라 SK 중심타자들을 상대하면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6월초 2군행을 자처했던 임창용은 복귀 후 첫 2경기에서 승계주자가 득점권에 위치한 상황에서 등판해야 했다. 결과는 안 좋았다. 주자의 유무는 교체 출전하는 투수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6일 경기에서는 공수교대와 함께 마운드를 밟았고 임창용은 마치 전날 결승타 허용의 기억은 잊었다는듯이 씩씩한 투구로 SK 타자들을 압도했다.
역대 최고령(만 41세) 700경기 출전을 달성한 임창용은 경기 후 "시즌 초반에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목표라고 말했는데 이제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직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남은 시즌 목표다"라고 말했다. 6일 투구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KIA의 역사적인 득점 행진은 분명 대단했지만 그 기세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무리였다. 지금 KIA 타자들의 타격 감각이 절정에 올라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격에는 사이클(cycle)이 있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이같은 변수를 제어하면서 팀 승리 확률을 높이는 상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운드와 수비다. 특히 강팀은 언제나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KIA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4.75로 리그 4위다. 헥터와 양현종, 정용운 그리고 부상 복귀가 임박한 임기영 등이 버티는 선발진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불펜진은 아니다. KIA 불펜의 평균자책점 6.34로 리그 최하위.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불펜은 KIA가 유일하다.
KIA는 SK와의 3연전을 통해 타선이 아무리 폭발해도 경기를 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전날의 아픔을 씻고도 남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마운드, 특히 불펜이 버텨준다면 앞으로 이전과 같은 득점 행진이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 강력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