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퍼거 장애보다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 김양, 구속돼 '행복을 전부 차압당했다' 표현
- 다중인격? 해리성 정체감 장애로 보기 힘들어
- 아스퍼거 관련 서적 읽고 연기했을 가능성도
- 사이코패스는 '감경 사유' 아니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07월 13일 (목)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태경 교수(우석대 상담심리학과)
◇ 정관용> 그야말로 엽기적인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어제 재판이 열렸습니다. 범인인 김 양 심리를 분석한 대검 수사자문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래서 정신질환 가능성은 낮다,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견을 밝혔습니다. 직접 김 양의 정신 심리평가를 실시했던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 오늘 전화로 모십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태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김 양을 언제 만나셨어요?
◆ 김태경> 4월 11일날 만났습니다.
◇ 정관용> 한 번 만나신 건가요?
◆ 김태경> 네, 한 번 만났습니다.
◇ 정관용> 몇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셨나요?
◆ 김태경> 제 기억으로는 대략 한 4시간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4시간. 4시간 동안이면 이런 저런 대화뿐 아니라 무슨 실험도 하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됩니까?
◆ 김태경> 실험은 아니고요. 심리학적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면담도 하고 심리검사를 통해서 정서나 사고나 성격이나 이런 측면을 평가를 했습니다.
◇ 정관용> 면담 과정에서 가장 좀 기억에 남는 대목들이 있다면 어떤 대목이 있었습니까?
◆ 김태경> 무엇보다 정신질환을 주장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상태 평가를 진행을 했던 거였고요. 그런 주장이 있었던 걸 감안해서 보면 놀라울 정도로 치밀했고 심리적으로 이렇게 거래를 할 줄 알아서, 저하고 수시로 이렇게 눈을 맞춰가면서 저의 감정이라든지 생각이라든지 이런 것을 파악해서 반응하고자 하는 시도를 되게 자주 드러냈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다음으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당혹감이나 후회나 반성, 이런 기미는 찾아보기가 좀 어려웠고. 주로 많이 호소하고 싶어했던 게 구속을 해서 본인이 굉장히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본인이 많이 힘든 것이 범죄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구속당해서. 자신은 심지어 문장 완성 검사나 이런 걸 보면 ‘행복을 전부 차압당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범행 후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어떤 푸념, 불평 이런 것들이 도드라졌고요. 그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 정관용> 일부 보도된 바에 의하면 ‘벚꽃 피는 시기인데, 벚꽃을 못 봐서 슬프다’라고 했다면서요?
◆ 김태경> 네. 좀 많이 속상해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좀 징징대면서 한참 벚꽃이 피고 본인의 집에서 바라보면 벚꽃이 굉장히 예쁘게 보이는데 그 벚꽃을 볼 수 없는 게 너무 속상하고 슬프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 정관용> 구속당한 상태가 힘들다, 내 범행에 대해서는 후회나 반성도 없다. 그런 거예요?
◆ 김태경> 네, 단조로운 투로 후회나 반성을 한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그러면서 이제 종종 자주 꿈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었는데요. 인상적인 건, 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워낙 많이 해서 제가 그렇게 이야기한 이유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 범행이 끔찍해서 되돌리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통 기대를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구치소에 수감되어서 너무 힘들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계속 이 김 양은 내가 지금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계속 주장을 해 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가능성이 낮다고 보신 이유는 뭡니까?
◆ 김태경> 우선 정신질환에서, 정신질환이라고 우리가 흔히 이제 진단을 내릴 때 가장 주목해서 보는 게 이제 조현병이나 이런 병의 경우는 현실검증력이 손상이 됩니다. 그래서 환청이나 내적인 어떤 경험과 실제 자극을 혼동해서 건강한 판단이나 이런 걸 못 내리는 게 현실검증능력이 손상된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인데요. 김 양을 평가했을 때는 현실검증력이 굉장히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정신질환 진단을 내릴 때 그 진단 준거에 들어가는 사고의 장애나 지각의 장애가 관찰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본인은 모호하게 환청을 계속 주장을 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환청을 경험하는 사람들이랑 명백히 다른 반응 양상을 드러내기도 했고요.
심리검사에서 '나는 환청이 들린다'라고 본인이 보고하는 것 이외에, 투사적인 심리검사를 통해서 본인이 조작을 못하는 그런 검사에서는 사고장애나 환청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보임직한 그런 양상들이 드러나지 않았고요. 감정조절도 굉장히 잘하는 상태여서 미성년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침착했고. 되게 침착한 과정에서도 자기 자신의 불편감을 호소할 때만큼은 감정이 굉장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분노하고 억울해하고 이런 양상들이 많이 있었고요. 그래서 감정조절의 문제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매우 무엇보다 논리적이었고요.
본인이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그래서 정신감정을 통해서 결과를 부정적으로 받아야만 보호감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자기는 그걸 너무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반응을 했거든요. 이런 양상들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 특히 그게 증상이 매우 심각해서 열이틀 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사체를 손괴했다고 볼 만한 그런 양상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사진=SBS 제공)
◇ 정관용>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은 다중인격 장애를 갖고 있다, 그 속에 아주 잔혹성이 강한 인격체가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또 그렇게 범행을 저지르도록 시킨 것은 공범인 박 양이다, 이런 주장을 계속 해 왔었지 않습니까? 그건 어떻게 보세요?
◆ 김태경> 우선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공식명칭은 그렇고요.
◇ 정관용> 다중인격장애의 공식명칭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 네.
◆ 김태경> 이런 경우에는 각각의 인격체가 상대의 존재를 모르는 게 일반적이고요. 그래서 심지어는 다중인격이 굉장히 오랜 시간 뒤에 밝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김 양의 경우에는 반대쪽 성격에 대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였고 물론 면담할 때 알고 있었다고 해서 범행 당시에는 몰랐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몰랐다면 자신의 굉장히,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특성을 가진 본인의 인격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으면 나중에 알게 되면 극도의 공포나 두려움이나 혼란을 드러낼 법한데, 김 양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오히려 굉장히 담담했고 끔찍하다,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저랑 면담할 때 여러 번 했는데요. 그 이유를 물어보면 구속이 돼서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막상 시신을 훼손하고 보니까 징그러웠다 이런 식의 표현을 하는 걸로 봐서는 해리정체감 장애라고 보기 좀 어려웠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런데 국립정신감정센터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단을 내린 건 그럼 왜 그렇게 됐을까요?
◆ 김태경> 그건 감정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고요. 우선은 제가 저의 임상경력상 4시간 정도를 봤는데 아스퍼거라는 의심을 전혀 저는 품지 않았거든요. 정말 아스퍼거라면 4시간 진행되는 면담 그리고 심리검사상에서 아스퍼거를 시사하는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특히 이런 범죄를 저지를 정도의 혼돈 상태고 심각하다면. 거기다가 저랑 심리평가를 진행했을 때 아스퍼거 장애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있지만 자폐장애 일종이기 때문에 가장 특징적인 게 사회적인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심리검사상 사회적인 능력이 ‘우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김태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상황에서 눈치를 살피고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평균 상에서 우수 수준 사이에 속했고요. 다만 인상적인 건 반응내용을 봤을 때 알고는 있지만 실제 대응은 아는 것에 준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되게 높아서 이러한 양상은 아스퍼거의 양상이 아니라 반사회적 인격장애, 그것의 또 다른 형태인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아스퍼거의 가능성보다는 사이코패스의 가능성이 높고. 또 한 가지는 아스퍼거는 발달장애입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아스퍼거 증후군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주어진 자료상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반사회적인 성향은 강하게 드러났을지 모르겠지만 아스퍼거적인 경향성은 드러나지 않았고요.
◇ 정관용> 알겠어요. 김 양하고 함께 수감생활했던 사람도 증인으로 나와서 부모가 넣어준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라는 증언을 한 바 있는데 그러면 일부러 이 책을 읽고 국립정신감정센터 진단 받을 때는 그 책에서 읽은 대로 행동을 했을까요? 거짓말 내지는 일종의 사기를 친 걸까요?
◆ 김태경> 저한테 보였던 모습과 국립정신감정센터 감정 시에 보였던 모습이 굉장히 다른 걸로 보이고.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그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국립정신감정센터에서는 속아 넘어간 거군요, 거기에?
◆ 김태경> 글쎄요, 그거는 제가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그 양상과 심지어 지금 재판 과정 중에서 어제 제가 증언하면서 관찰했던 모습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변호하고 질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이런 양상으로 봐서는 아스퍼거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 정관용> 이게 아스퍼거가 됐건 조현병이 됐건 해리성장애가 됐건 그런 것들이 인정되면 형량이 좀 감형이 되지만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이건 형량 감량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거죠?
◆ 김태경>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감경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정신병으로 인정받아야만 감경이 되니까 그쪽으로 계속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거로군요.
◆ 김태경>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김태경> 네. {RELNEWS:right}
◇ 정관용>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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