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호랑이 전력?' KIA 선수들이 18일 넥센과 원정에서 연장 10회 끝에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고척=KIA)
최고의 전반기를 보낸 KIA가 후반기 첫 경기부터 맹위를 떨쳤다. 패배 직전에서 기사회생한 뒤 기어이 연장 승리를 거두며 포효했다.
KIA는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연장 10회 끝에 4-3 승리를 거뒀다. 전반기 5연승 포함, 최근 6연승에 14경기 13승1패라는 경이적인 상승세를 달렸다.
이날 KIA는 8회까지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9회 1사 1루에서 이범호가 역전 2점 홈런으로 팀을 구하더니 연장 10회 로저 버나디나가 결승 1점 홈런을 날려 4-3 짜릿한 역전승을 마무리했다.
선수들 말대로 "질 것 같지가 않다"는 게 현재 KIA의 분위기다. 58승28패, 승률 6할7푼4리로 승패 마진이 +30승이나 된다. 지난달 25일 공동 1위였던 NC는 이런 KIA의 기세에 질려 8경기 차 2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기세라면 역대 '타이거즈' 최강팀에 도전해볼 만하다. 해태 시절을 포함해 역대 가장 강한 '호랑이 군단'을 넘볼 태세다.
▲KIA 전신 해태, KBO 최강 군림KIA의 전신은 한국 프로야구 최강팀의 상징이던 해태. 통산 9번이나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올랐던 팀으로 빨간 상의에 검은 하의의 원정 유니폼은 그야말로 상대팀에게는 공포의 상징이었다.
특히 1986년부터 역대 최초로 KS 4연패를 이뤘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삼성이 타이를 이루긴 했지만 해태의 무서움을 보여준 수치였다. 아직도 해태는 9회 우승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2001년 해태를 이은 KIA가 2009년 KS 정상에 올라 꼭 10회 우승을 채웠다.
80년대 해태는 독보적인 강팀이었다.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한대화, 김일권, 김무종, 이순철 등 강타선과 이상윤, 김정수, 신동수 등에 중후반 '국보급 투수' 선동열, '팔색조' 조계현, 이강철 등이 가세한 마운드가 조화를 이뤘다. 83년까지 5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90년대도 해태는 이상적인 세대 교체를 이루며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등을 주축으로 철벽 마운드를 구축했고, 드디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1993년 혜성처럼 등장해 홍현우 등과 짜임새 있는 타선을 만들었다. 90년대 중반에는 이대진이 타이거즈 에이스 계보를 이었다.
▲1993년 해태, 역대 타이거즈 '최고 승률'
'1993년 최강의 주역' 선동열 전 KIA 감독(왼쪽)과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93년 첫 만남부터 투타의 중심을 잡으며 당시 해태의 역대 최고 승률을 견인했다. 사진은 2011년 취임한 선 감독과 당시 현역이던 이 위원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KIA)
이런 숱한 영광의 타이거즈 역사에 최강팀은 1993년의 해태로 꼽힌다. 당시 해태는 선동열이 10승3패3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0.78의 특급 마무리로 군림한 가운데 조계현(17승), 송유석(11승)에 김정수, 이강철, 이대진이 30승을 합작하며 최강 마운드를 자랑했다.
타선에서는 홍현우, 김성한, 한대화, 이순철 등에 신인 이종범이 가세하며 화룡점정을 이뤘다. 이종범은 당시 득점 1위(85개), 도루 2위(73개), 홈런 4위(16개), 타율 15위(2할8푼), 타점 12위(53개) 등 전방위적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다.
당시 해태는 81승42패3무로 승률 6할5푼5리를 기록했다. 2위 삼성과는 7경기 차였다. 역대 타이거즈 최고 승률이다. 역대 2위는 1991년의 6할4푼7리(79승42패5무). 1989년 이전에는 전, 후기리그로 나뉘어 시즌이 열릴 때는 1986년의 6할4푼4리(67승37패4무)가 최고였다.
KS에서 당시 해태는 살짝 고전하기도 했다. 2위 삼성에 1승 뒤 2패1무로 밀렸다. 그 유명한 삼성 박충식이 15이닝 완투로 무승부를 거둔 게 3차전이었다. 그러나 이후 해태는 5~7차전을 모두 잡으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7도루로 삼성의 혼을 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KS MVP에 올랐고, 선동열이 2승1세이브, 조계현이 2승으로 마운드를 책임졌다.
▲2017 KIA, 뒷문 단속만 잘 하면 가능올해의 KIA도 당시 해태 못지 않다. 팀 타선은 당시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불안한 뒷문이 걸리지만 최강의 선발진을 자랑한다.
KIA의 팀 타율은 3할1푼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경기당 11개가 넘는 안타를 쏟아내며 6.87점을 낸다. 최강 9번 타자 김선빈이 타격 1위(3할7푼5리),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가 타점(81개), 출루율(4할7푼8리), 장타율(6할8푼4리) 1위를 달린다. 외인 로저 버나디나도 득점 1위(81개)다.
선발진도 못지 않다. 헥터 노에시가 14승 무패 가도를 달리고, 양현종이 13승으로 다승 2위다. 7승2패를 거둔 임기영도 후반기 선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불펜이 불안한 게 역대 최강 '타이거즈' 도전의 걸림돌이다. 전반기 KIA의 불펜 ERA는 6.22로 10개팀 중 꼴찌였다. 불방망이에 약점이 다소 가려진 모양새다.
베테랑 임창용이 흔들린 가운데 마무리로 낙점된 김윤동이 잘 해주고는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18일 경기도 김윤동은 3-2로 앞선 9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다행히 4-3으로 역전한 10회를 잘 막아 승리를 지켜냈다.
과연 KIA가 후반기 불펜의 약점을 딛고 역대 최강의 '호랑이 군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현재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