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자료사진=노컷뉴스)
박태환(28·인천시청)이 6년만에 출전한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의 남자 자유형 400m 종목에서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1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은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박태환은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38을 기록해 3위 가브리엘레 데티(3분43초93)에 0.65초 뒤진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8월 리우올림픽에서의 기록은 3분45초63이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 징계와 그에 따른 실전 감각 저하,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논란 등 온갖 악재가 박태환의 발목을 잡았다. 박태환은 두 차례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고 올림픽에서도 정상에 올랐던 자신의 주종목에서 예선 10위에 그쳤다.
이후 박태환은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서서히 옛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리우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 이전에 출전한 대회에서 꾸준히 기록을 단축시켰고 여러 차례 우승도 차지했다.
박태환은 지난 6월 "최고 기록에 근접해가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미국에서의 기록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말한 '미국 기록'은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2017 아레나 프로스윔 시리즈에서 기록한 3분44초38을 의미한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기록과 같다.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보다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만족할만한 결과지만 더 나은 기록을 원했던 박태환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박태환은 뛰어난 반응 속도를 발판삼아 첫 100m 구간까지 전체 1위를 달렸다. 이후 쑨양(중국)이 치고 나왔고 레이스 절반이 지난 시점부터는 리우올림픽 챔피언 맥 호튼(호주)이 스퍼트를 하기 시작했다.
박태환은 경기 중반 레이스에서 경쟁자들에게 다소 밀렸다. 하지만 마지막 50m 구간에서는 전체 선수 중 가장 빠른 26초43의 랩 타임을 기록했다. 금메달을 딴 쑨양(26초61), 2위를 차지한 맥 호튼(26초88)보다도 빨랐다. 막판 스퍼트 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박태환은 결승에 출전한 8명 중 유일하게 1980년대에 태어난 선수다. 이제는 베테랑 소리를 듣는 20대 후반의 선수가 쟁쟁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레이스를 펼쳤다는 사실은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종목에서 메달을 놓쳤지만 박태환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1500m 경기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