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8·27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안철수 전 대표가 7일 오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만류하는 의원들과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두고 당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반안 세력과 수도권 중심의 친안계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함께 할 수 없다"는 분당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7일 오후 여의도 한 호텔에서 황주홍, 이상돈 의원 등 자신의 출마를 반대한 당내 의원들과 회동했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는 건 모두가 죽는 길이라며 출마를 만류했다.
황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꺼진 불인 안 전 대표가 나오면 본인도 죽고 당도 죽는다고 설득했지만 대화가 잘 안 됐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정치인 안철수 평가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하느님이 공평해서 과학자로서 의사로서 여러가지 탤런트를 주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탤런트는 안 준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자기가 그동안 잠을 못자고, 5년 뒤를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축적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대로 하면 지방선거를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상돈 의원은 "벽에 대고 이야기 한 것 같다"고 대화가 평행선을 달렸음을 암시했다.
안 전 대표도 본인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이 출마 선언을 하고 사퇴하는 것은 없지 않냐"며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여기서 접게 되면 정계 은퇴나 다름없다"며 "최대한 많은 의원들, 지역위원장들과 소통하며 설득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시 노원구에서 시구 의원들과 만나 "당이 정말로 위기 상황"이라며 "결심을 할 수밖에 없던 진심"을 밝혔다.
안 전 대표의 확고한 출마 의지에 당권 경쟁자인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은 연일 안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천 의원은 "대선 실패 책임을 지고 당 대표가 사퇴해 그 자리를 메우려는데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후보로 나오는 게 말이 되냐"고 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이 사는 길은 사당화를 버리고 공당화의 길을 가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천 의원과 정 의원의 연대와 단일화 가능성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아예 전당대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의원은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음을 전했다.
반안계 한 의원은 "정당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정치 결사체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당대회를 보이콧 해서라도 (안 전 대표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당은 8.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만간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