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대표팀의 김종규 (사진 제공=KBL)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올해 11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펼쳐지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농구 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 점검에 나선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개막하는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대회에 출전한다.
예전에는 아시아선수권 대회로 불렸던 아시아컵이 올림픽과 농구 월드컵의 예선을 겸했다. 올해부터는 방식이 달라졌다. 내년에 열리는 농구 월드컵 아시아 쿼터는 올해 11월부터 시작되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예선을 통해 배분된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새로운 방식의 농구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아시아 강호들의 전력을 살펴볼 수 있는 무대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FIBA 아시아 지역으로 새로 편입된 가운데 대표팀의 아시아 내 현 주소를 파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개최국 레바논, 카자흐스탄, 뉴질랜드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만만한 상대는 없다. 한국의 FIBA 랭킹은 30위. 레바논은 43위이지만 개최국 이점을 등에 업고 있다. 뉴질랜드는 20위, 카자흐스탄은 56위다.
C조 1위를 차지하면 8강에 직행한다. 최하위를 피한다면 8강 진출의 기회를 얻는다. 각조 2,3위는 다른 조 2,3위 팀들과 8강 진출 결정전을 벌인다.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진출이다. 한국은 2011년과 2013년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으나 2015년에는 6위에 그쳤다. 한국의 마지막 우승은 1997년이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얼굴은 많이 바뀌었다. 대표팀의 터줏대감이었던 김주성(원주 동부), 양동근(울산 모비스), 조성민(창원 LG) 등이 빠지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KBL 스타들이 대거 발탁됐다. 평균 연령은 26세로 최근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 가운데 가장 젊다.
대표팀의 높이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선수단 평균 신장은 196cm로 뉴질랜드와 카자흐스탄(이상 197cm)에 크게 밀리지 않으며 레바논(194cm)보다는 높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MVP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를 중심으로 대학 시절부터 국가대표를 경험한 김종규(창원 LG)와 이종현(울산 모비스)이 골밑을 지킨다.
변수는 파워다. 대표팀은 국제 무대에서 높이 못지 않게 힘에서 밀려 골밑 경쟁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승현(고양 오리온)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일한 대학 선수인 양홍석(중앙대)도 골밑에서 선배들을 도와 궂은 일을 해줘야 한다.
외곽에서는 이정현(전주 KCC)의 역할이 중요하다. 외곽 슈터이자 직접 공을 들고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임동섭(상무), 전준범(울산 모비스) 그리고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상무)의 외곽 지원 사격도 반드시 필요하다.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김선형(서울 SK)과 박찬희(인천 전자랜드)가 맡는다. 빠른 공격 전개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다. 김선형은 그동안 큰 무대에서 특유의 돌파력을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찬희는 경기 조율뿐만 아니라 신장 190cm의 이점을 살려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보여야 한다.
주목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은 최준용(서울 SK)이다. 200cm의 장신으로 대표팀 세대교체의 기수다. 가드부터 포워드까지 모든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고 신장에 비해 기동력이 탁월해 수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역시 레바논이다. 오는 한국시간으로 9일 새벽 3시 한국과 맞붙는 레바논은 '아시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렸던 38세의 베테랑 파디 엘 카티브가 대표팀에 돌아와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C조 최약체로 손꼽힌다. 뉴질랜드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스티븐 아담스(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빠졌지만 힘과 높이, 기술을 고루 갖춘 강호다. FIBA 홈페이지는 뉴질랜드를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