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돼 쌓인 계란들. (사진=고무성 기자)
"사장님은 망연자실해서 못 일어나고 있어요. 한마디로 병원에 가서 처방전 대로 약을 먹은거나 마찬가진데 이렇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16일 오전 달걀에서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가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친환경 산란계 농장.
입구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줄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바닥은 연일 계속되는 비로 진흙탕이 됐다.
농장 안으로 더 들어서자 닭똥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한쪽에는 10여 수의 닭들을 풀어놓은 닭장이 눈에 띄었다.
8만 수의 닭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진 축사 2개 동도 보였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마리농장'이라는 상호가 써진 낡은 간판 옆에서 농장주의 아내인 50대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혼자 분주히 창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 (사진=고무성 기자)
창고 안은 수많은 파리들이 정신없이 날라 다녔다. 한켠에는 어젯밤 폐기된 이후 회수된 계란들이 또다시 쌓여 있었다.
30여 년간 양계장을 운영한 농장주는 이번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계란 선별작업장에서 화재도 겪어 그 충격이 배가 됐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남편 대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6일 수의사를 통해 살충제를 구해 썼는데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한테 처방을 받아 약을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수의사는 취재진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대신 한 언론을 통해 살충제 처방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다른 농장들에게는 아주 미안하다"며 "공무원들도 어제 쉬는 날인데도 새벽같이 와서 밤 11시까지 폐기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최대 닭 산지인 포천시의 농가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에 비교적 차분히 대처하는 분위기다.
포천지역 전체 양계 농가는 총 181곳으로 9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산란계 농장은 79곳, 500만 마리에 이른다.
시는 관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계란 출하를 전면 금지하고 농가별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결과에 따라 출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산란계 90만 마리를 사육하는 관내 최대 농장인 A업체는 지난 15일 채취한 시료의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경기지원과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각각 시료를 채취해 갔고, 오는 17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문제가 된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만큼 결과가 나오는 데로 계란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약품을 판매한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문제의 약품을 판매한 업체에 약품수불대장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라며 "금지 약품이 다른 농가에도 판매가 됐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