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100일째를 맞는 17일 그동안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한 시간이었고 이 시간동안 진정한 국민주권시대가 시작되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자평하며 "국민 여러분이 국정운영의 가장 큰 힘이다.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기존 정책 방향을 재확인했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소신을,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이어가며 향후 관련 분야에 대한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하게 했다.
◇ 文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문 대통령은 취임후 100일을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했던 100일이었다"며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100일 동안 국가 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를 실천해 왔다"면서 5·18 광주민주화항쟁 유가족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국가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약속드리고 아픔을 함께 나눈 것,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애국과 보훈의 의미를 되새긴 것, 국가정보원·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시작한 것,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한 일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적극적인 참여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다"며 "그래서 저는, 오늘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과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과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반도에 다시 전쟁은 없어…한미FTA 없었으면 美무역적자 더 커져"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른 한반도의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감안한듯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기존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두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있게 말한다. 한반도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우리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 군사행동을 정할 수 없다"며 "전쟁은 없다는 말을 국민들은 안심하고 믿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국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위기설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더라도 결국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합의"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대화에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과) 대화 자체를 목적으로 둘 수 없고 대화를 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지고 대화가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고 대화 여건이 갖춰진다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은 '레드라인(정책전환의 기준점)'인데 북한이 점점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며 "만약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북한은 더더욱 강력한 제재조치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에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것을 경고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요구에 대해서는 "한미FTA가 없었더라면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우리가 충분히 제시하면 미국과 국익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한일 회담으로 위안부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과거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형성)에 걸림돌 돼서는 안 된다. 과거사는 과거사 문제대로, 미래발전을 위한 한일 간 협력은 별개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적폐청산과 언론‧방송정상화는 제도개선 통해"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협치와 개헌, 적폐청산, 언론‧방송 정상화 등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소신을 드러냈다.
협치 등에 대해서는 "편가르기 정치를 종식하는 통합의 정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2012년 대선부터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을 발탁하는 것을 소수에 그치고 과거 정부에서 중용됐거나 경선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발탁했다"며 "(정권이) 끝날 때가지 지역 탕평과 국민 통합의 인사 기조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며 "국회 개헌특위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 주권적 개헌방안을 마련하면 대통령도 그것을 받아들여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안 국민 투표로 부치겠지만 개헌특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정부가 개헌특위 논의를 이어받아 자체적으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나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적폐청산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적폐청산은 사회를 불공정하게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방송 정상화에 대해서는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언론이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 드린다. 그러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서 정권이 언론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 "복지 확대에 대한 증세 없다…탈원전 정책 급하지 않아"새 정부의 복지 확대에 대한 증세 우려와 부동산 대책, 탈원전 정책 기조 등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소득주도성장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구상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가지 복지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발표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정부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해 재원대책 없이 계속 '산타클로스 정책 '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을 이미 밝혔다"며 "앞으로도 조세의 공평성이나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득재분배와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국민 공론이 모아지고 합의가 모아진다면 정부가 (추가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8.2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역대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에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것이라 확신한다"고 자평했고,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안정화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이면 또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내 놓을 것"이라며 "주머니 속에 (대책을)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중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유럽 등 선진국 탈원전은 수년 내 원전을 멈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저는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수명이 만료되는대로 하나씩 문을 닫아나가는 것"이라며 "(현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