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 TV생중계를 불허했다.
이에따라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사건에 대한 사상 첫 생중계는 무산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제시한 생방송 불허 사유들을 살펴보면 상급법원인 대법원이 판결 선고 생중계 도입을 애당초 왜 도입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과 논란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생중계 불허 이유로 다음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이재용 등 피고인들이 선고 재판의 촬영이나 중계에 대해 모두 부동의한다는 점. 둘째 선고 생중계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에 비해 피고인들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과 손해가 크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선고 공판을 생중계할 경우 이 부회장 등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는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켜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생중계 규칙을 개정할때 생중계 여부를 재판부가 판단하도록 한 만큼 재판부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가 제기한 생중계 불허 사유들은 대법원이 선고 판결에 대한 생중계 제도를 도입하려 할때부터 제기된 원천적이고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생중계 도입을 원천적으로 반대한 사람들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고인들의 동의 여부, 피고인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 등을 이유로 생중계 도입 규직 개정을 반대했다.
재판부 논리라면 앞으로 다른 모든 재판에서도 TV생중계를 하지 말자는 입장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재판부가 불허한 사유들을 보면 대법원 규칙 개정과정에서 제기된 근본적 문제점들"이라며 "그렇다면 앞으로도 '공공의 이익이 사인의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주장할 수 있는 재판이 존재할 수 있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의 첫 선고 생중계 여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때 다시 한번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선고 생중계도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원하지 않고, "피고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허용하기 어렵다.
수도권의 다른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인'이란 점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공판을 생중계 하지 않는다면 과연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전직 공무원이고 이재용 부회장은 사인기업의 대표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공익을 판단하는데 이 부분이 얼마나 유의미한지는 또다른 논란이 있다. 한국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할때 더욱 그렇다.
이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이재용 재판부가 너무 생중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5일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을 일부 개정할때 이런 부작용 등을 고려해 재판부에 생중계에 대한 여러가지 선택권을 부여했다.
규칙에 따르면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 기타 권리의 보호, 법정의 질서유지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재판장이 촬영의 시간·방법 등을 제한하거나 방송허가에 조건을 부가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무작위로 생중계를 허용할때 예상 가능한 부작용을 미리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예를들면, 선고 시 피고인들이나 방청석 표정은 촬영을 불허하고 재판부의 선고 내용만 전파를 타게 한다든지, 아니면 판결 선고 가운데 일정 부분만 생중계 하도록 조건부 승락하는 방법 등이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법원 안팎에선 "재판부가 이달 초 열린 이 부회장 결심 공판에서 선고는 대법정에서 갖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생중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 무산돼 아쉽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