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를 쓸까 말까' 오는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대표팀 선발에서 와일드카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선동열 감독.(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상 첫 전임 사령탑을 맡은 선동열 감독(54). 부임 이후 첫 국제대회인 오는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에 나설 선수들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단 선 감독은 28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의실에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예비 엔트리 42명을 선발한다. 한국, 일본, 대만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스타를 발굴하자는 의미로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이하 선수가 나선다.
변수는 있다. 바로 나이, 경력과 관계 없이 뽑을 수 있는 3명의 와일드카드다. KBO 리그 정상급 선수 3명을 포함시켜 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 감독의 고민이 바로 와일드카드다. 어느 포지션에 어떤 선수를 뽑을지에 앞서 와일드카드 자체를 포기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와일드카드 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데다 차라리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선 감독은 "최근 야구 관계자나 지인들을 만나 와일드카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아예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4세 이하 출전 대회에 베테랑 선수들이 의욕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상 등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그렇지 않아도 대표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와일드카드로 뽑힐 선수들에게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도 아닌데 대회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짐짓 걱정했다. 유망주들이 나서는 대회에 베테랑들이 자칫 위화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 라운드 이스라엘과 개막전에서 선동열 당시 코치가 구원투수 차우찬에게 공을 건네는 모습. 왼쪽은 포수 양의지.(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게다가 개최국 일본은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선 감독은 "일본은 이 대회에 대해 거의 우승을 기정사실화할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대표팀도 전원 24세 이하 선수들만 뽑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본에 비해 전력 열세가 예상되는 한국과 대만에는 와일드카드로 전력 보강의 여지를 준 것"이라면서 "일본이 하지 않는데 우리가 와일드카드를 뽑는 것도 부담은 있다"고 덧붙였다. 와일드카드를 포함했는데도 뽑지 않는 일본에 진다면 살짝 민망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와일드카드 배제 고려의 가장 큰 이유는 기회다. 대회 취지에 맞게 젊은 선수들에게 값진 경험의 폭을 더 넓혀주자는 것이다. 선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가 도쿄돔에서 열리는데 아마 젊은 선수들은 거의 뛰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 이 선수들이 올림픽을 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3명 와일드카드 대신 모두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할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성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4세 이하 출전이지만 엄연한 국제대회인 데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대결이다. 여기에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대만에 진다면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와일드카드 없이 나섰다가 조커들을 투입하는 대만에 혹시라도 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이번 예비 엔트리에 와일드카드는 포함되지 않는다. 추후 결정할 사안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예비 명단 구성만큼 와일드카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선 감독은 "만약 뽑는다면 포수나 투수 쪽으로 와일드카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뽑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지인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는데 차라리 길게 보고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는 게 낫다는 쪽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코칭스태프 회의와 KBO 쪽과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일드카드 발탁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선 감독.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