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은 효율적인 수비를 위해 훈련장에 4.5m의 간격으로 선을 그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을 도입했다. 오해원기자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소집훈련 중인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이 중에서도 신태용 감독과 26명의 대표선수가 사용하는 훈련장에는 평소 볼 수 없던 줄무늬가 등장했다. 녹색의 잔디가 곱게 깔린 훈련장의 중앙선을 기준으로 좌우 4.5m 간격으로 균일하게 6개의 긴 줄무늬가 자리를 잡았다.
줄무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5일.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일부 선수를 조기소집한지 5일 만이자 수원 삼성과 첫 평가전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밝힌 낯선 줄무늬의 등장 이유는 오직 하나, 이란전 승리를 위해서다.
신태용 감독은 “1차전부터 8차전까지 되돌아보니 우리 선수들의 공수 간격이 매우 넓어 실점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를 찾은 신태용 감독이 해법도 어렵지 않게 찾았다. 얼마 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당시 자신이 사용했던 방식이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부터 최후방 수비수까지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15m의 좁은 간격 안에 두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는 실전에서 상대를 훈련 때보다 조금 넓어진 20m의 공간 안에 묶어두기 위한 훈련이었다. 그리고는 좁은 상태의 틈 사이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찾아 가도록 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 축구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수비에 나섰기 때문에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까지 최다실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성인 대표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상대를 우리 안에 가둬 압박을 수월하게 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란전은 넓게 압박을 해 우리 선수들이 힘만 들고 상대를 차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간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줄을 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경기에서는 어느 위치에서 압박을 하기보다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부터라도 간격을 유지하며 체력을 비축하는 수비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면서 “이란의 역습이 빠른 만큼 볼을 빼앗겨도 바로 압박할 위치에 있어야 역습을 당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이란전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각오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이유인 동시에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1-0 승리 이후 이란전 4연패의 부진을 안방에서 끊는다는 계획이다.
8경기 만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확보한 이란은 한국 원정에 100% 전력으로 나서지 못한다. 이 때문에 더욱 더 수비적인 경기와 역습으로 임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에 선제골이라도 내줄 경우 더욱 힘든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계산까지 염두에 두고 안방에서 시원한 승리를 선사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