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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보도국, '댓글공작' 軍간부 실명 폭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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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보도국, '댓글공작' 軍간부 실명 폭로 막았다"

    새노조 밝혀… "매일 아침 청와대에 온라인 동향 등 보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30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현 전 군 사이버사령부 총괄계획과장의 단독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새노조 영상 캡처)

     

    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공작 보고서를 매일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 보고했고,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를 지급받았다는 군 간부의 실명 폭로를 KBS에서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는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1층 노조 사무실에서 '軍 댓글공작 특종, 고대영 KBS가 막았다' 기자회견을 열고 자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 "군 댓글공작 결과+온라인 동향, 매일 청와대에 보고"

    새노조 소속 KBS 기자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부단장' 역할 수행)을 맡았던 김기현 씨를 단독인터뷰해, 이를 5꼭지의 리포트로 제작했다.

    30년 넘게 군 정보 분야에서만 일해 온 김 전 과장은 지난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 창설 당시 530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에 임명돼, 인사와 예산, 보안 등 각종 업무를 총괄했고 지난 2015년 정년퇴임한 인물이다.

    김 전 과장은 △댓글공작 보고서가 매일 아침 청와대 국방비서관실·국방부 장관·합참의장·국방부 정책실장 등에게 보고됐고 △국정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 25만 원을 받았으며 △군 사이버사령부 530 심리전단의 주 활동 무대였던 포털 다음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군 자체의 내부 수사가 부실했다고 폭로했다.

    530 심리전단 내부에서 만든 보고서는 밤사이 댓글공작 결과를 요약한 1~2장 분량의 A형, 온라인 동향을 정리한 9~10장 분량의 C형, C형을 요약한 B형 등 총 3종류로, 청와대에는 3종 모두, 국방장관·합참의장·국방부 정책실장에게는 A, B형 2종, 각 급 본부장 등에게는 C형 1종이 올라갔다는 게 김 전 과장의 증언이다.

    하지만 윤영범 청와대 국방비서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은 "일상적인 문서에 같이 포함돼 오는 거기 때문에 챙겨보진 않는다"거나 "모든 올라오는 정보를 저에게 보고하진 않는다"면서 김 전 과장의 폭로 내용을 부인했다.

    김 전 과장은 이제 와서 과거의 일을 폭로하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군 내부에서 정치 관련 댓글공작에 쓴소리를 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힌 후 2년 뒤 정년퇴임을 했으며, 자신의 명예회복과 군 개혁을 위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본인부터 재수사를 받을 용의가 있고 법적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 KBS 보도국장단, "증거 없다"는 이유로 방송 거부

    김 전 과장의 폭로를 취재한 KBS 기자들은 지난 8일 박종훈 KBS기자협회장을 통해 김환주 보도국장에게 TF팀 구성 및 방송을 요구했다. 그러나 KBS 보도국장단은 다음날인 9일 이 사안과 관련한 취재·방송은 힘들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KBS 보도국장단은 "제보자의 말이 개연성 높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확실한 물증을 가져오면 보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김 전 과장이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안보특보로 선거운동했던 경력을 두고 "방송이 나가면 자유한국당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김 전 과장의 폭로는 △그가 댓글부대 530심리전단의 사실상 부단장이었다는 점 △폭로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있다는 점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특성상 물증을 제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김 씨 스스로가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 △조속한 수사를 통해 자신의 진술이 맞는지 검증을 원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보도국장단의 논리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재석 기자, 성재호 본부장, 엄경철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최근 한두 달 동안 김 전 과장과 만나 집중 인터뷰를 진행한 이재석 새노조 파업뉴스팀장은 이번 폭로가 군 전직 간부가 실명을 걸고 군 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의 관계를 내부고발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댓글공작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고 댓글의 워딩(내용)이 얼마나 저급하고 불법적이었는지는 이미 어느 정도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저희는) 군 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군 수뇌부-국정원 등 '관계'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KBS 보도국장단의 '물증 요구'에 대해서는 "(김 전 과장은) 30년 넘게 정보 쪽에서만 근무해 온 전문가이기 때문에 본인이 기밀 자료나 군수품 등을 빼돌리거나 그런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며 "정보당국의 내부고발자가 왜 물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를 설명해주는 한 측면"이라고 반박했다.

    새노조 초대 본부장이자 이번 리포트의 앵커를 맡은 엄경철 기자는 "(KBS 보도국장단은) 증거주의와 정치적 프레임을 내세워 KBS가 가진 언론의 기능을 축소하고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재 과정에서 증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증거가 없을 때는 증언, 정황, 다양한 합리적 의심 등을 참고해 진실을 찾으려 한다"며 "정보기관이라는 특수성을 봤을 때 (당사자의) 증언은 곧 증거다. 그러나 (KBS 보도국장단은) 증언의 긍정성을 해석하고 드러내지 않고 항상 부정적으로 상쇄시키기에 바빴다"고 전했다.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이런 보도를 막으면 어디 가서 기자를 할 수 있겠나"라며 "(이번 특종 누락은) 'KBS는 별 문제없지 않냐, 왜 파업하느냐'는 항간의 주장에 대해, 저희가 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군의 댓글공작 사건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특종 보도가 방송되지 못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KBS의 현실이라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새노조의 기자회견 이후인 30일 오후, 김환주 보도국장(통합뉴스룸국장)은 "제보자의 증언이 전부인 상황에서 제보자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 명함을 가지고 선거 운동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보도가 논란에 휩싸일 경우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자가 증언 외에 다른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해서 그러면 조금 더 증거를 찾아보자고 했고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새노조는 '방송법 개정과 공정방송 사수, 단체협약 쟁취'를 걸고 9월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도 9월 7일 0시부터 총파업을 시작한다. 또 다른 공영방송 MBC에서도 93.2%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돼, 언론노조 MBC본부는 9월 4일 0시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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