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간 청소년 재판, 피해자 생각에 참담
- '소년법' 개정, 신중하게 접근해야
- 성인과 동등 처벌하려면 선거연령도 바꿔야
- 스스로 제 범죄 알리고..'공감력 상실' 심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천종호(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또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까지 터지면서 끔찍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죠. 저희는 이분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바로 ‘호통판사’라는 별명을 가진 분 천종호 부장판사인데요. 8년 동안 청소년 재판만 쭉 맡아 왔고 자신이 판결한 비행청소년들에게 대안홈을 만들어주는 일을 시작해서 지금 전국 각지에 천 판사가 만들어놓은 대안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청소년 전문 판사, 이분의 의견은 어떤 쪽일까요? 만나보죠.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입니다. 천 판사님, 안녕하세요.
◆ 천종호> 안녕하세요, 천종호 판사입니다.
◇ 김현정> 오랜만에 출연하셨습니다.
◆ 천종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재판을 이렇게 오랫동안 하신 판사는 유일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 천종호> 네, 제가 지금 현재 8년째 하고 있고요. 전무후무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몇 명의 청소년들을 그럼 지금까지 재판하셨을까요?
◆ 천종호> 대략 한 1만 2000명 정도 재판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1만 2000명? 청소년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아껴온 분으로서 요즘 마음이 정말 무겁고 복잡하고 그러실 것 같아요.
◆ 천종호> 네.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참담한 심정입니다.
◇ 김현정> 참담하시죠.
◆ 천종호> 이번 부산 여중생 사건은 SNS의 위력을 보여주고 또 가해자가 직접 퍼뜨린 것이 국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일단 확인을 해 주실 것이 지금 소년법에 따르면 만 10세 미만이면 아예 아무 책임도 묻지 않고,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지만 보호처분의 대상은 되는 거고. 14세부터 19세 미만까지는 형사처벌이 되긴 하는데 감형도 되고 또 최대한 20년까지만 가능한 이런 식으로 소년법이 제정돼 있는 거 맞죠, 판사님?
◆ 천종호> 네, 대체로 맞고요. 하나만 말씀드리면 14세부터 19세까지 소년에 대해서는 자동적인 감형이 아니고 판사들의 재량으로 부득이한 경우에 감경할 수 있도록 그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그 외에는 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하지만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지질렀을 경우에는 최대 15년까지만 할 수 있도록 제정한 소년법 59조가 또 있죠. 그래서 이번에 인천의 살인을 한 김 양 같은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 천종호>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20년까지 올릴 수 있도록.
◇ 김현정> 그렇죠, 20년 받은 겁니다. 그런데 '이걸 바꿔야 된다. 아이라고 봐줘선 안 된다. 요즘 애들 순진하지 않다. 약한 처벌 받는 것 알고 이런 끔찍한 범죄 저지르는 거다.' 이게 지금의 여론입니다. 심지어 민주당의 이석현 의원은 초등학생에게도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천종호> 21년간 제가 법관생활을 했고요. 8년간 소년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경험에 비춰볼 때 아이들이 약한 처벌받는 것 알고 의도적으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반드시 맞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김현정> 알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요?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 그 부산 여중생들.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 사진 놓고서 '심해? 나 교소도 갈 것 같아?' 이렇게 물어보고 한 거 보면 아는 거 아닌가요?
◆ 천종호> 네. 이런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데요. 전체가 100%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주시면 좋겠고요.
◇ 김현정> 전반적으로는?
◆ 천종호> 네네. 그다음에 초등학생에게 사형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법이 됩니다. 그리고 또 지금 소년법 자체를 폐지하면요. 형법으로 모든 아이들 범죄를 다루게 되지 않습니까? 그럼 현재의 형법에서는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 그 형벌을 부과할 수 없으면, 다른 대안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부과하는데요. 소년보호처분은 소년법에서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소년법이 없어지면 소년보호처분을 부과할 수 없게 됩니다.또 한 가지는 14세 이상의 아이들에 대해서 성인과 동등하게 형벌을 부과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다른 미성년자들에 대한 제약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동시에 풀려질 가능성이 높아요. 안 그래도 어제 대학에 가서 강연을 했더니 아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천종호> '예를 들어서 미성년자 처벌규정이 18세까지 내려가게 되면 선거권도 당연히 18세까지 줘야 되지 않느냐.' 이런 법체계 전체와 맞물려 있는 문제라서 소년법의 폐지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정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천종호> 개정에 대해서는 저도 너무 심하지만 않다면 바꿔야 될 필요성은 있다고 저도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방향으로 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천종호> 먼저 14세 이상의 경우에는 형벌을 부과하되 완화된 형벌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요. 그게 아까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최대 20년으로 상한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강력해도 20년입니다.
◆ 천종호> 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상한선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데요. 아예 사형까지 선고한다든지 어른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건 저는 반대고, 그래도 상한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상한을 높인다? 그럼 연령기준을 좀 낮춰야 한다는 그 개정에는 동의하지 않으세요?
◆ 천종호> 그러면 그 전제가 어느 정도 성인과 동등한 지성과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게 전제겠죠.
◆ 천종호> 그렇게 되면 아까처럼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 김현정> 선거법 개정이라든지 술을 판다든지 이런 거 다 바꿔야 된다는 거군요.
◆ 천종호> 그렇죠. 어른과 동등하게 취급하자는 것 아닙니까? 청소년복지법이라든지 민법이라든지 형법이라든지 뭐 아동복지법 전반적으로 이게 손을 대야 될 문제라서 이거는 아주 큰 그림을 그려야 될 문제입니다.
◇ 김현정>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 따라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강력한 범죄에 대해서는 상한선 올리는 것이다?
◆ 천종호> 네. 또 하나는 소년보호처분이 지금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소년보호처분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요. 최장이 소년원에 2년간 보내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13세 아이가 살인을 저질렀다, 이래도 지금 촉법소년으로서 최대 소년원 2년이고요.
◇ 김현정> 그렇죠.
◆ 천종호> 상습적으로 아이들이 절도를 저질러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처분을 내린다. 이런 아이들에 대해서도 지금 소년법에서 소년원 2년이거든요?
◇ 김현정> 만 14세 미만이면 소년원 2년이 최장입니다.
◆ 천종호> 그렇죠. 이것은 판사들한테 재량의 폭을 너무나 줄이는 것이거든요. 조금 높여주시든지 아니면 일본처럼 아예 소년보호처분 기간의 제한을 없애버리든지 그렇게 해야지만 13세 미만의 범죄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득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산지법 천종호 판사 (사진=SBS 학교의 눈물 캡처)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잔인해진 겁니까, 판사님? 원인을 알아야 대안도 찾을 거 아닙니까?
◆ 천종호> 과거에 비해서 현재 지금 고도의 정보화 사회가 되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옛날에는 우리 국민들께서 범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굉장히 어려웠고 시간도 지체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과거보다 쉽게 얻을 수 있고 또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많은 정보들이 국민들에게 노출되다 보니까 국민들이 아이들 범죄가 잔인해져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여기에 대해서는 연구보고 하에서 판단해야 되는데요.
◇ 김현정> 조금 더 냉정해야 된다? 그런데 8년 동안 그 법정에서 1만 2000명 이상의 소년범을 봐오신 분이 볼 때는 8년 전하고 지금하고 비교해서 폭행의 잔인성이라든지 이게 크게 달라지진 않았나요?
◆ 천종호> 물론 그렇죠. 범죄 내용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주로 본드 흡입이나 니스 이런 약물남용 범죄가 많았는데요. 요새는 음란물 때문에 성범죄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지, 특별히 아이들 폭력성이 심화되었다든지 그런 명확한 구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부산 사건이 잔인하지 않다는 말씀이 아니라, 그런 것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좀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에 많이 드러난 거다, 이 말씀이신 거죠?
◆ 천종호> 제가 8년 전에 이런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두 아이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이 되어서 실제 게임처럼 사람을 죽인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아… 그래요?
◆ 천종호> 그런 경우가 만약에 현장성 있게 보도가 되었다면 국민들께서 어떤 입장을 가지실지 생각해 주시고 또 만약에 토막살인 사건이라든지 이런 사건들이 바로 즉시 그 자리에서 녹화가 돼가지고 국민들에게 정보가 제공된다면 아마 국민들은 모든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사형하자고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정말 이게 아이들이 100% 잔인해졌기 때문에 이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정보를 더욱 쉽게 받을 수 있어서 이렇게 된 건지는 냉정하게 한번 분석해 보시고, 지금 100% 아이들이 옛날에 비해서 달라졌다 이렇게 보기도 어려우니.
◇ 김현정>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고요. 잔인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잔인한 것 맞고, 이것도 바로 잡아야 하는 거 맞고.
◆ 천종호> 왜 아이들이 가해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는지, 이런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저는 보고요. 엄정하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천 판사님, 그 많은 비행청소년들 보면서 아마 생각해 오신 대안이 있을 거예요. 누구보다 깊이 고민해 오셨을 거예요. 어떤 것 생각해 보셨어요?
◆ 천종호> 원론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범죄를 세상에 드러낼 정도, 이런 시대가 돼 버렸거든요. 이게 지금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 김현정> 'SNS로 나 이런 범죄 저질렀어.' 상의를 하고 자랑을 하고 막 이랬습니다.
◆ 천종호> 그렇죠, 예. 여기 아이들의 인성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것은 결국 가족해체, 사회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것으로 봅니다. 그런 해체를 통해서 아이들이 인간 대 인간의 구도의 게임 속에서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능력이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거든요. 자기가 이 사건을 SNS에 노출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라든지 또 피해자가 입어야 될 인격침해 이런 것을 전혀 고려 못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지금 원론적으로는 사회에서의 공동체 회복과 가족공동체의 복원이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핵심을 찔러주셨네요. 사회공동체라는 것이 무너지면서 타인의 아픔을 이해 못하는 겁니다. 이 아이가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 머리가 찢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면 이게 얼마나 아픈 건지를 느끼지 못하는 단계…
◆ 천종호> 그렇죠. 공감을 할 능력을 상실해버렸다는 거죠.
◇ 김현정> 공감력의 상실. 아주 중요한 부분. 처벌을 넘어서는 지금 중요한 지점에 대한 우리가 해법을 찾아야지만 치유해야지만 결국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라는 이 지적. 천종호 판사 만나고있습니다. 천종호 판사님은 범죄 저지르고 온 아이들한테 따끔한 호통을, 조언을 해 주시는 걸로 유명하고 가끔은 부모님들한테도 눈물이 찔끔 나도록 호되게 질타하시는 걸로 또 유명한데요. 만약 이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아이들을 법정에서 만난다면. 실제로 만나실 수도 있죠, 지금 부산이니까?
◆ 천종호> 소년보호처분을 하게 되면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 천종호> 지금 저도 이 아이들에 대해서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고 있고요. 저는 지금 이런 이원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범죄나 비행에 대해서는요. 책임은 엄중히 추궁하자는 겁니다. 제 별명이 '천 10호' 해가지고 10호 처분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한다고 아이들이 저한테 붙여준 별명이고요.
◇ 김현정> 10호 처분이 뭔가요?
◆ 천종호> 아까 말씀드렸듯이 소년보호처분 중에서…
◇ 김현정> 제일 엄격한 것? 제일 엄한 판사?
◆ 천종호> 네. 어떤 아이들이 소년원 갔다 와서 저에게 전해 준 게, 소년원 벽에 제 이름을 써놓고 욕을 한다고, 그런 얘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어쨌든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 추궁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처벌이 끝난 뒤에는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가지고 재기 기회를 뺏기보다는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해 나갈 때까지 도와줘야 된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 김현정> 만 2000명의 청소년을 만나온 판사님조차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이번 사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원인을 찾아야 하고 해법을 우리가 찾고 넘어가야지 그냥 놀라기만 하고 분노만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라는 말씀 중요합니다. 판사님, 오늘 여기까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천종호> 감사합니다. {RELNEWS:right}
◇ 김현정>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불거진 소년법 개정 논란. 가장 많은 청소년 재판을 맡아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년판사입니다. 천종호 판사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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