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잃을 게 없다' LG 박용택이 6일KIA와 홈 경기에서 역대 최초의 6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때려낸 뒤 5회 멀티히트로 3루까지 진루해 후배 양석환의 타격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잠실=LG)
'미스터 LG' 박용택(38)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KBO 리그에서 6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때려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역대 두 번째 2200안타 고지도 밟았다.
박용택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2회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팀의 6-0 완승까지 이끌어 기쁨이 더했다.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대기록까지 세워 의미가 있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공동 5위 넥센, SK에 1경기 차로 따라붙어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2번의 우천 취소 경기가 있다.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
경기 후 박용택은 언제나처럼 쾌활한 언변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띄웠다. 프로 16년차 베테랑의 여유가 넘쳤다. 역대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2318개) 양준혁(은퇴)에 이어 두 번째 2200안타(2201개) 고지를 밟은 데 대해 박용택은 "이제 (3000안타에) 800개 남았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역대 최초로 2012년부터 6년째 150안타 이상을 날린 박용택이다. "기록에 대한 감흥은 전혀 없다"면서 박용택은 "개인적인 누적 기록은 모두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하고 있어 거기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박용택은 "30대 들어가면서 '이때까지 해온 것도 없고 야구를 오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더 안 하게 되고 신경 쓸 것들을 더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을 때는 술도 진탕 먹고 피곤해야 잘 될 때가 있었는데 지금 그러면 바로 여파가 온다"면서 "절대 피곤함을 느끼지 않게끔 몸과 눈, 정신적으로 컨트롤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 수훈선수상일까' LG 박용택이 6일 KIA와 홈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수훈선수상을 받고 있다.(잠실=LG)
이런 기록들보다 절실한 게 있다. 박용택은 "통산 최다 안타 기록도 117개 남았는데 물론 엄청 대단한 것이고 불과 2~3년 전 잘 하면 그런 것도 되겠다 막연하게 꿈꿨다"면서 "그러나 내 갈 길은 훨씬 더 멀리 있고 굳이 몇 개 남았다 생각할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로 우승이다.
2002년 입단한 이후 박용택은 한번도 팀이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LG는 박용택의 데뷔 시즌 한국시리즈(KS) 준우승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소외됐다. 2013년 11년 만에 감격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뒤 2014년과 지난해도 가을야구에 나섰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용택은 "몸 관리는 자신 있고, 항상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라면서도 "하지만 몸이 불편해도 우승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어 "프로에 와서 정말 우승 몇 번 할 줄 알았는데 못한 게 너무 아쉽다"면서 "오늘 기록 달성 뒤 (송구홍) 단장님이 축하한다고 하시길래 '내가 800안타 더 치기 전까지 우승해야 하니까 알아서 하시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위해서는 팀 동료들, 특히 후배들이 성장을 해줘야 한다. LG는 양상문 감독 부임 뒤 의욕적으로 세대 교체를 진행해 적잖은 성과를 거뒀지만 성장통도 혹독하게 겪고 있다. 특히 양석환, 채은성, 이천웅 등 차세대 타자들이 기대에 살짝 못 미치고 있다. 올해 LG는 팀 평균자책점(ERA) 1위(4.21)지만 팀 타율 7위(2할8푼3리)에 홈런 최하위(91개), 득점 9위(594개)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LG는 한때 상위권에 있었지만 현재 7위로 힘겨운 가을야구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6년 연속 150안타에 이어 9년 연속 3할 타율이 확실시되는 박용택으로서는 이런 후배들의 더딘 성장이 아쉬울 수 있다.
'이제 너희들이 해줘야 한다' LG 선수들이 6일 KIA와 홈 경기에서 5회 대거 3득점하며 승기를 잡은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잠실=LG)
박용택은 이런 후배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독려하고 있다. 박용택은 "따로 후배들을 모으진 않고 개인적으로 보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접떨지 말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네 실력보다 잘 하고 있으니 힘들어 하거나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후배 중 누가 지금보다 더 잘 하거나 기대할 성적을 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박용택은 "다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접떨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친 표현이지만 힘겨워 하는 후배들의 짐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읽힌다. "(고민 없이) 그냥 경기를 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는 대선배의 조언이다.
비난을 이겨내는, 아니 피하는 비결도 알려줬다. 박용택은 "못하고 있을 때는 인터넷 기사 근처도 가지 마라고 한다"면서 "혹시라도 기사를 보면 정신적 압박이 온다"고 말했다. "1위인 KIA도 좋지 않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게 야구기 때문에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경륜에서 온 가르침이다.
LG는 아직 가을야구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박용택은 "정규리그 22경기 정도 남았는데 이 정도면 경험상 2번 정도는 충분히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 한번이 왔다"면서 "억지로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면 잘 되지 않는다. 기본을 잘 지키면 충분히 올라가고 상대가 떨어지는 상황이 온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럴 때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게 베테랑이다. 박용택은 "이런 타이트한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경험 없는 친구들은 흔들릴 수 있다"면서 "경험 많은 선수들이 힘을 내서 항상 하던 대로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이 동요되지 않도록 항상 기본을, 중심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망의 3000안타보다 우승이 절실한 미스터 LG의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