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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靑·문체부·예술위의 '연극계 장악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1차 대국민 보고…朴정부 연극계 지원배제 넘어 선거개입도

    지난 7월 31일 출범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공동위원장 도종환·신학철)가 한 달 반 만에 1차 대국민 보고를 진행했다. (☞ 관련기사 : 'MB정부 블랙리스트도 조사'… 김미화도 조사 신청)

    18일 오후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이날 보고에서 눈길을 끈 것은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연극계를 장악하기 위해 자행한 일들이었다.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자신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예술단체나 예술인의 지원 배제를 넘어, 자신들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에까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날 진상조사위가 활동 후 확인한 블랙리스트 대표 사례는 '서울연극제 대관배제 및 아르코 대극장 폐쇄 사건'이다.

    이 사례는 왜 블랙리스트 사건이 단순히 특정 예술인이나 단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국가범죄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 의도적인 대관 탈락 이어 세력 약화 위해 ‘대한민국연극제’ 개최

     

    진상조사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4년 10월 작성한 '2015 한국공연예술센터 정기대관공모 관련 보고' 문건에 "BH 협의 결과, 심사위원 3인(김석만, 김미도, 김채현) 제외, 19개 신청단체(서울연극협회 등) 미선정 요청('14.10.30)"이라고 보고한다.

    이는 비판적인 성향으로 지목된 지역연극단체 '서울연극협회'를 2015년 아르코대극장 정기대관 공모에서 배제하라는 청와대의 사전 메시지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2014년 12월 12일 진행된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 사태 긴급기자회견'.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관 탈락 사태'에 대해 서울연극협회가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2014년 12월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권영빈 당시 위원장의 중재로 재대관이 합의된다.

    그런데 문체부는 2015년 3월 고소 건이 '각하' 의견으로 처리되자, 후속 조치로 "대본과 신청 내용에 문제가 있을 시 해당 공연의 대관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다.

    이어 시설물 점검(무대 구동장치 중대 이상) 등을 핑계로 대관이 예정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2016년에도 대관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반복될 것을 우려해, '대한민국연극제'를 만들어, 서울연극제에 대관을 불허하겠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한다.(문체부, '서울연극제 관련보고' 2015.05.13)

    이는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전국 단위의 연극제를 통해 지역에 국한된 서울연극제의 위상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다.

    문체부가 작성한 '문화예술분야 지원사업 관련 현안'(2015.05.21)을 보면, "'대한민국연극제' 도입으로 서울연극제 등 지역편향단체의 대관지원을 중단하고, 전국을 아우르는 연극계를 결집할 수 있는 사업 유도 및 인센티브 부여. 서울연극협회 등 문제단체는 향후 모든 사업에서 배제 조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예술위는 청주에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를 개최한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16개 시·도 대표팀이 경선하는 이 대회에, 예술위는 문예진흥기금 8억 원을 지원했다.

    ◇ 연극계 정부 우호세력화 추진…민간단체 한극연극협회 이사장 선거에도 개입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게 문체부와 예술위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와 예술위는 "당시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이 2016년 2월에 진행될 한국연극협회 차기 이사장 선거에 출마가 예상되고, 이 선거와 연계하여 대정부 투쟁으로 쟁점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한다.(문체부 ‘서울연극제 관련보고’ 2015.05.13)

    이어 대응으로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진영의) 인물로 연극계 주도세력 교체를 유도해야 한다"는 방안을 계획한다.

    실제로 문체부는 그뒤 진행된 '2016 문예진흥기금공모사업' 때 신청단체 지원 여부를 한국연극협회장 선거와 연계해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가 공개한 문체부의 '2016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추진상황'(2016.01.21) 문건에는, 공모사업중 일부에 대한 검토의견란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와 연계(정대경 위원 협조요청)'란 구절이 나온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선거과정 전반에 (기금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건에 나온 정 위원이 지난해 한국연극협회 선거에서 다른 후보 2명과의 경선을 거쳐 이사장에 당선됐다.

    진상조사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협회장 선거 때 정 이사장과 경쟁했던 다른 후보자가 "정부기관 관계자의 개입이 있었다"며 진상조사를 신청해 현재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배제·대관탈락·선거개입 등 조윤선 정무수석 재직 시기…조사할 것"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1차 대국민 보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이날 1차 대국민보고에서 발표를 맡은 조영선 변호사(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장)는 '서울연극협회 배제 사건'으로 보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의미를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서울연극협회 배제 사건은 '청와대 지시'로 일어난 사건이며, 국정원 지시에 따라 일어난 '다른 배제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

    둘째는, 블랙리스트 사태는 단순히 특정 예술인·단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문체부·예술위 등 ‘국가공식 기구가 조직적으로 관여된 국가범죄’라는 것.

    셋째는, 지원 배제를 넘어 시민 자치의 원리로 운영되는 시민사회 영역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여, '민간단체인 한국연극협회 선거에까지 직접 개입, 정부 우호세력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

    넷째는, 블랙리스트 사태는 연극 분야를 비롯하여 문화예술, 콘텐츠, 미디어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서 기획되고 실행'되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다섯째는, 청와대 지시로 실행된 서울연극제 대관 배제 및 아르코 대극장 폐쇄 사건은 '조윤선 정무수석'이 재직하던 시기(2014.6~2015.5)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조영선 변호사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블랙리스트 지시, 작성, 실행 등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이 모든 게 정무수석 재직 당시 계속적으로 진행된 만큼, 당시에 (조윤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진상조사위가 조사·확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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