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컷(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가까운 미래, 복제인간 제조사 타이렐에서 만드는 '리플리컨트'는 인류의 노예 역할을 한다. 하지만 리플리컨트들의 잇단 반란으로 인해 생산이 금지되고 급기야 타이렐사는 파산한다. 2020년대 중반 타이렐사의 유산을 손에 넣은 세력이 순종적인 새 리플리컨트 모델을 제작하고, 이 과정에서 옛 모델은 추적당한 뒤 처분된다. 사람들은 그 추적자들을 '블레이드 러너'라고 불렀다.
공상과학(SF) 영화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러너'(1982)가 돌아온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이하 '블레이드 러너2')를 두고 하는 말이다. '블레이드 러너2'는 2019년을 배경으로 했던 전작으로부터 30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SF 전설의 귀환, '블레이드 러너2'를 기대작으로 만든 세 가지 요소를 짚어본다.
◇ 현실과 격하게 공명하는 '세계관'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컷(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 1982년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 SF 영화 한 편을 세상에 내놓는다. 바로 '블레이드 러너'였다. 2019년 미국 LA를 배경으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이야기.
'블레이드 러너'는 어둡고 암담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경이롭고도 파격적인 비주얼로 스크린 위에 펼쳐놓았다. 영화팬들을 열광시켰던 또 다른 면모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묻는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었다. 이는 시대의 모순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SF 장르의 강점을 절묘하게 활용한 덕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이 걸작은 전세계 문화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줬고, 여타 SF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명작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블레이드 러너'에서 깊은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가 제기했던 기후 변화, 유전공학, 인구 과잉, 양극화 등 사회 모순이 현실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확산되면서 영화는 더 의미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이러한 걸작의 속편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 '블레이드 러너2'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혼재된 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가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의 그는, 리플리컨트와 자신을 둘러싼 비밀이 존재함을 깨닫고 오래 전 블레이드 러너로 활약했던 릭 데커드를 찾아 나선다. 한편 리플리컨트가 인류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는 자신이 개발한 미래식량의 성공으로 타이렐사를 손에 넣고, 전 우주를 식민지화 하기 위해 리플리컨트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가진 K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블레이드 러너2'는 원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치밀한 관계를 엮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태어난 존재 '인간'과 만들어진 존재 '리플리컨트'를 둘러싼 깊이 있는 고민이 빚어낸 열매인 셈이다. 이 점에서 '블레이드 러너2'는 존재에 대한 모다 진일보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단 믿고 보는 감독 '드니 빌뇌브'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컷(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의 작품을 익히 봐 온 영화팬이라면 그가 '블레이드 러너2'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환호했을 것이다.
중동 내전의 비극을 그린 '그을린 사랑'(2011)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단번에 알린 드니 빌뇌브는 이후 할리우드로 입성해 '프리즈너스'(2013), '에너미'(2014),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컨택트'(2017)까지 매 작품마다 묵직한 매세지와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이며 대중과 평단을 놀래켜 왔다.
프로듀서들의 만장일치로 '블레이드 러너2' 감독에 낙점된 드니 빌뇌브는 '블레이드 러너2'만의 정체성을 세우면서도 전작의 특징을 훼손하지 않는 연출에 방점을 뒀다. 그렇게 그는 SF와 느와르, 스릴러의 융합이 보여준 '블레이드 러너' 특유의 색채와 내러티브를 유지하면서도, 1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 '블레이드 러너2'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스토리와 연출을 흡입력 있게 구현해냈다.
드니 빌뇌브는 작품 속 2049년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 의사, 건축가 등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 모습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또한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실제로 짓고 만들어 카메라에 담아냈다.
SF 장르 특성상 컴퓨터 그래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니 빌뇌브는 '블레이드 러너2'의 작업에 착수하며 세 가지의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특수효과를 위한 그린 스크린을 배경에 두고 촬영하는 일이 되도록 없게 할 것. 둘째, 최대한 실제 장소에서 촬영할 것. 셋째, 가능한 한 실제 차량으로 촬영할 것.
이에 대해 드니 빌뇌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있는 척하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힘들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는 그들이 필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는 영화의 장대한 비주얼을 구현해낼 세트장들이 지어졌고, 배우진과 제작진은 헝가리 이곳 저곳을 다니며 촬영을 진행했다. '블레이드 러너2'의 디테일하고도 섬세한 장면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 세대 아우르는 할리우드 명품 '배우진'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자레드 레토, 아나 디 아르마스, 로빈 라이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배우들의 활약은 '블레이드 러너2'에 신뢰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라이언 고슬링은 극중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 블레이드 러너 K를 연기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일부 리플리컨트를 색출해 제거하는 LA경찰 소속 K는 어느날 인류를 한 번에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관련된 엄청난 비밀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것에 접근해간다. K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캐릭터다. 라이언 고슬링은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K의 여정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리플리컨트를 제거하는 노련한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로 등장했던 대배우 해리슨 포드는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릭 데커드는 K가 찾는 비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인간과 리플리컨트에 관련된 엄청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하고 30년 간 실종 상태로 살아왔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자 자신을 찾아온 K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역할에 대한 엄청난 몰입도로 유명한 자레드 레토는 리플리컨트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인 니안더 월레스로 분했다. 새로운 리플리컨트 모델을 개발해 타이렐사를 인수한 니안더 월레스는 리플리컨트만이 인류의 미래라고 여기는 인물이다. 전 우주를 식민지화하려는 야심까지 지녔다. 그는 K가 인간과 리플리컨트에 관련된 비밀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비밀의 핵심을 손에 넣기 위해 K와 릭 데커드를 추적한다.
'노크 노크'(2015) 등으로 얼굴을 알린 할리우드 차세대 배우 아나 디 아르마스는 K의 연인 조이 역을 연기했다. 조이는 외로운 추적의 길을 이어나가며 깊은 고뇌와 고독에 잠긴 K에게 힘이 되고자 늘 곁에 함께 있으려는 인물이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K를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매 작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인 로빈 라이트는 이번 K의 상사 조시로 변신해 강인한 면모를 선보인다. 조시는 K로부터 인류 미래와 관련된 엄청난 비밀의 존재에 대해 보고 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며 K에게 모든 흔적을 폐기하라고 명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