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시인 류근과 작가 최준영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앞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진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나란히 언급해 눈길을 끈다.
시인 류근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래와 같이 운을 뗐다.
"사람이 세상에 와서 앓는 모든 공포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완벽하게 극복되고 치유된다. 그런데 진정 공포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는 날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다가 죽는다는 거시(것이·시인 특유의 표현의 그래로 옮김)다라고, 3년 전 오늘 나는 썼다."
이어 "그리고 오늘까지 3년이 더 지나는 동안 나는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믿은 결과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공포를 몰고오는지를 아주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봐 왔다"고 적었다.
류근은 "오늘 법정에서 박근혜 씨가 정치보복 운운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힌다"며 "스스로를 천사라 믿는 악마만큼 공포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라고 진단했다.
특히 "수치와 염치를 모르는 자들의 통치가 세상을 이토록 병들게 만들었다.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멘탈만 따라잡으면 세상에 온갖 더러운 짓, 못 할 일이 따로 없게 된다"며 "이 공포의 아수라장을 만든 죄, 사람의 양심으로 종말까지 보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에게 관용 베풀기 위해선 전제조건 필요하다"
사진=시인 류근(위)과 작가 최준영 SNS 화면 갈무리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구속연장 이후 처음 열린 공판에서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영장 발부했다"며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재임기간 그 누구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전원이 사임하는 등 박 전 대통령 측의 재판 거부로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을 접한 작가 최준영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대로 하는 게 순리다. 죄를 지었으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죗값을 치르면 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거기 정치라는 것이 개입되면 골치 아파진다. 가둬놔도 애물단지, 풀어주면 사고뭉치인 경우 법으로도 정치로도 다루기 힘들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박근혜에게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명박의 구속이다."
그는 "둘(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거의 한 몸이다. 적폐의 시작이자 끝이며, 진앙이자 몸통"이라며 "둘 다 가두는 게 상책이지만 소란스럽다. 그래서다. 소란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관용을 베푸는 의미다. 둘 중 하나라면 내 생각엔 이명박"이라고 전했다.
"박근혜는 멍청하고 무식하고 고집불통이고 상식이 부족하고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그나마 참작의 알리바이가 있다. 이명박은 영악하고 악랄하고 후안무치하고 몰상식한 데다 여우처럼 세상물정을 너무 잘 알아서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
최준영은 "심지어 747공약('칠' 수 있는 '사'기는 다 '칠' 테다)으로 사기행각의 의도를 버젓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대담하고 악랄한 사기꾼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누군가 나서서 박근혜에게 '플리 바기닝'(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거나 자백하면 형벌을 감해 주는 제도)이라는 걸 알려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