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가 플레이오프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25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원정 1차전을 5-3 승리로 장식했다. 적지에서 첫 승을 먼저 확보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1982년부터 시작된 한국시리즈 역사상 원정팀이 첫 경기를 승리한 경우는 지난해까지 총 10번 있었다.
그 중 원정 1차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경우는 총 5차례. 나머지 5번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리그 최다승 팀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펼쳐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를 포함해 한국시리즈 원정 1차전을 승리한 11번의 시리즈 가운데 무려 4번을 두산이 장식했다. 하지만 두산은 적지에서 첫 경기를 잡았던 지난 3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2007년 원정 1,2차전을 모두 잡았지만 잠실 3연전을 포함, 내리 4연패를 당했다. 그 다음 해에도 원정 1차전을 승리했으나 이후 4연패 늪에 빠져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당시 2년 연속 두산에게 아픔을 안긴 상대는 김성근 전 감독이 이끌었던 SK 와이번스였다.
두산은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대구 원정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으나 최종 전적 3승4패로 우승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95년 롯데 자이언츠와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역시 원정 1차전을 잡고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다. 롯데는 OB 베어스에게 3승4패로 졌고 넥센은 삼성에게 2승4패로 패했다.
플레이오프를 치른 불리함을 극복하고 원정 1차전 승리를 바탕으로 우승한 경우는 총 4차례 있었다. 그 중 2번을 롯데가 장식했다.
롯데는 1984년 삼성과의 원정 1차전을 이겼고 최종 4승3패로 승리했다. 유두열의 7차전 역전 3점홈런, 최동원의 4승 달성 등으로 기억되고 있는 역사적인 시리즈다. 또 롯데는 1992년에도 대전 원정 1차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빙그레 이글스를 4승1패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한화 이글스는 1999년 창단 첫 우승으로 1992년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양대리그로 진행된 정규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개 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낮았던 한화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4경기만에 끝낸 기세를 몰아 롯데와의 사직 원정 첫 2경기를 싹쓸이하는 상승세를 그렸다. 결국 4승1패로 정상에 등극했다.
1997년 한국시리즈의 일정 편성은 특이했다.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가 75승1무50패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2위 LG 트윈스(73승2무51패)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원정 잠실구장에서 치렀다.
서울 연고 구단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1,2,5,6,7차전을 잠실에서 치른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행을 고려한 사무국의 결정에 해태는 안방 무등구장에서 2경기밖에 치르지 못하는 불리함을 안고 한국시리즈를 시작했다.
"홈 7연전이라 생각한다"는 KIA 양현종의 말처럼 잠실구장은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광주 못지 않은 응원 열기가 조성된다. 과거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해태는 잠실 원정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고 최종 4승1패로 해태 왕조의 9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다(이후 KIA로 바뀌어 2009년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 이종범은 타율 0.294, 3홈런, 4타점, 2도루를 기록해 한국시리즈 MVP로 등극했다.
해태는 1987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과의 대구 원정 1차전을 이겼고 파죽지세로 4연승을 질주했다.
이처럼 지난 한국시리즈 역사를 살펴보면 원정 1차전 승리가 꼭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1차전을 승리한 역대 23번의 시리즈에서 20차례나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두산이 시리즈 판도에 큰 변화를 일으킨 것만큼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