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BL 일반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주한 (사진 제공=KBL)
KBL은 2017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드래프트 참가자들의 신체 검사를 보다 세밀하게 실시했다. 작년까지는 신장과 몸무게만 측정했다. 올해부터는 윙스팬(양팔을 가로로 벌렸을 때 길이), 스탠딩 리치(팔을 수직 위로 뻗었을 때 높이), 버티컬 점프(양발을 땅에 붙이고 도약할 때 최고 높이) 등을 함께 측정했다. 선수 지명시 참고할 수 있도록 10개 구단들에게 운동능력을 포함한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리고 눈에 띄는 측정 항목은 역시 점프력이다. 농구 경기에서 도약 능력이 좋은 선수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올해 참가자 44명 가운데 버티컬 점프 항목에서 1등을 차지한 선수는 일반인 참가자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던진 이주한(24·미국 브리검영 대학)이다.
그는 무려 80.75cm를 뛰었다.
참가자 중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위권 그룹보다 약 7~8cm 이상 더 높았다. 도약했을 때 팔을 뻗은 최대 높이를 측정하는 맥스 버티컬 점프 리치에서는 314.75cm를 기록해 가드 포지션 1위, 전체 6위에 올랐다.
맥스 버티컬 점프 리치는 키가 큰 선수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신장 188.1cm의 이주한보다 최대 높이는 190cm 중후반대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참고로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이 유력한 중앙대 포워드 양홍석의 신장은 195cm, 맥스 버티컬 점프 리치는 317.25cm로 측정됐다.
지난 24일 오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신체 검사를 마치고 지명권 순서 추첨 행사에도 참석한 이주한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침에 몸이 잠겨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점프만큼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웃었다.
이주한은 일반인 참가자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완전한 의미의 '일반인'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정식 농구부에 입단했고 명지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명지대를 자퇴하고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5년 미국 브리검영 대학(하와이)으로 편입, 농구부에 입단해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미국 농구를 몸소 체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중앙대를 자퇴하고 브리검영 대학에 입학, 울산 현대모비스에 입단했다가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 도전, 드래프트에서 발탁된 이대성이 걷고있는 길과 비슷하다.
이주한은 "어릴 때부터 KBL와 NBA를 보면서 꿈을 높게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1학년 막판 발목 부상으로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중에 프로를 못 가더라도 지금 미국 무대에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꿈을 좇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명지대 신입생 시절부터 감독님께서 많은 기회를 주셨다. 학교가 내게 잘해주셨고 가즉돌도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셨다.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나의 꿈 때문에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23일 KBL 신인드래프트 지명 추첨 행사에 참석한 이주한 (사진=노컷뉴스)
이주한은 브리검영 대학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NBA 선수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이주한은 커리가 농구 마니아 사이에서만 유명세를 얻었던 데이비슨 대학 시절부터 그를 좋아했다. 대학 시절 등번호도 커리를 따라 30번을 달았다.
그는 "커리가 우승을 하고 하와이로 휴가를 왔다. 휴가 기간에 우리 체육관을 통째로 빌려 매일 운동을 하고 갔다. NBA에서 2번이나 MVP를 받은 선수가 여행 기간에도 운동하는 모습, 자기 관리가 인상적이었다"며 "커리는 고교 시절에 그리 큰 선수가 아니었다. 농구로 유명하지 않은 대학에 가서 지금은 NBA 최고의 선수가 된 그 과정을 보며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주한에게 KBL 드래프트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는 국내에서 대학을 다닌 경쟁자들에 비해 더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프로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반인 참가자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이주한은 단연 눈부신 기량을 선보였지만 아쉬움이 더 많았다. "그때 몸무게가 91kg이었고 지금은 85kg이다. 체력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해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10월30일에 맞춰 몸 상태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심적으로 불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7 KBL 신인드래프트가 열린다. 그에 앞서 열리는 참가자 트라이아웃은 이주한이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미국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을 발휘할 기회다. 이주한은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대학 빅맨들을 상대로도 거침없는 골밑 마무리 능력을 자랑했다. 미국 농구에 적응하기 위해 키운 파워는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볼핸들링도 그가 자신감을 갖는 분야다. 한국이나 미국 어디에 있어도 스킬 훈련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이주한은 "국내에 머물 때 스킬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공이 손에 붙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들린다. 그럼 시야가 트인다. 시야가 트이니까 농구가 쉬워지더라. 스킬 연습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매년 여름 미국에서 기술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그동안 훈련 비용을 지원해주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몬스터짐' 회사에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주한은 드래프트에서 호명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자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멀리 돌아왔지만 언젠가 KBL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꿈만큼은 내려놓은 적이 없는 이주한의 도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