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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지배하는 병살' 그 치명적 매력과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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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 지배하는 병살' 그 치명적 매력과 위험성

    '이번엔 병살 될까' KIA 2루수 안치홍이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회 1사 1루에서 나온 땅볼 때 3루수 이범호의 토스를 받아 양의지를 아웃시킨 뒤 타자 닉 에반스를 잡기 위해 1루로 송구하는 모습. 병살은 되지 않았다.(광주=KIA)

     

    야구에서 병살(倂殺)은 수비의 꽃이다. 한꺼번에 상대 2명의 주자를 지우면 그야말로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상대 기세에는 찬물을 제대로 끼얹을 수 있다. 분위기 띄우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한번에 이닝을 바꿀 수 있는 삼중살(三重殺)이 가장 좋겠지만 많이 나오는 게 아니다. 삼중살은 1982년 출범한 KBO 리그 역사에서 69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병살이 일반적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병살 플레이는 총 1365번 펼쳐졌다.

    때문에 각 팀 수비진은 병살 플레이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병살은 투수에게도 큰 힘이 된다. 일단 주자 1명 이상이 사라지니 실점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고, 공 1개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니 투구수를 많이 절약할 수 있어 더 오래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병살 플레이가 무산되면 그 여파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당연히 병살이 될 줄 알았는데 주자가 살면 수비하는 팀의 힘이 빠진다. 반대로 공격하는 팀은 한숨을 쓸어내림과 동시에 기세를 이을 수 있다.

    그나마 주자를 1명이라도 아웃시키면 다행이지만 올 세이프라도 벌어지면 형세 역전은 더더욱 극명해진다. 수비하는 팀은 더욱 몰리고, 공격하는 팀은 기세등등해진다. 그래서 병살은 치명적인 매력과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는 플레이다. 효과가 큰 만큼 리스크도 높은 것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KIA 김주찬이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 8회말 1사 1, 3루에서 나온 나지완의 땅볼 때 협살에 걸렸다가 상대 포수 양의지가 조금 빨리 3루로 송구한 틈을 타 홈을 밟는 모습.(광주=KIA)

     

    KIA와 두산의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KS)에서도 병살의 치명적 매력과 위험성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1, 2차전 승부를 가른 원인이 바로 병살 플레이였다.

    26일 2차전에서 KIA는 병살 때문에 죽다가 살아났다. 정확히 얘기하면 주장 김주찬이다.

    김주찬은 1회 무사 1루, 3회 1사 1루에서 연타석 유격수 병살타를 때렸다. 초반 기선 제압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에이스 양현종이 압도적 투구를 펼치긴 했지만 KIA 팬들의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이유다.

    그랬던 김주찬과 KIA는 병살 때문에 기사회생했다. 김주찬은 0-0이던 8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행운의 빗맞은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진 희생번트와 최형우의 볼넷으로 1사 1, 3루. 후속 타자 나지완은 3루 땅볼을 때렸다. 3루 주자였던 김주찬은 두산의 협살에 걸려 횡사하는 듯했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병살 플레이로 재미를 봤던 두산 수비진이 참을 수 없는 병살의 유혹에 넘어갔다. 두산 포수 양의지가 협살 플레이 도중 2루를 돌아 3루까지 뛰던 최형우를 잡으려고 3루로 송구한 것. 최형우는 아웃이 됐지만 그 틈에 김주찬이 득달같이 홈을 파고들었다. 이날의 유일한 득점.

    양의지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이미 세이프가 된 뒤였다. 김주찬을 3루 쪽으로 더 몰았어야 했는데 병살 욕심에 3루 송구가 빨랐던 게 화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살도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승부처에서는 3루 주자를 묶는 게 먼저다. 다만 양의지는 병살로 이닝을 끝낼 요량으로 마음이 앞서 뼈아픈 선택을 했다.

    '1루 주자는 아직도 저기 있는데...' KIA 안치홍(가운데)이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 4회 1사 1, 2루에서 양의지의 병살타성 땅볼을 흘리는 실책을 범하는 모습. 두산 오재일은 병살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광주=KIA)

     

    다만 두산은 전날 1차전에서 병살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번엔 KIA 내야진이 병살을 하려는 마음이 급해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고, 이 장면이 1차전의 승부를 가른 요인이 됐다.

    0-0이던 4회초 KIA 수비. 1사 1, 2루에서 양의지가 KIA 선발 헥터 노에시의 구위에 방망이가 부러졌다. 먹힌 타구는 2루수 안치홍 앞에 떨어졌다. 제대로 잡기만 하면 1루 주자 오재일과 양의지를 다 잡을 수 있던 타구.

    그러나 안치홍이 이를 놓치면서 주자 올 세이프가 됐다. 이닝이 끝날 상황이 1사 만루로 돌변했다. 헥터는 이후 박세혁을 삼진 처리했으나 공 12개로 체력을 소진했고, 오재원과도 8구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결승점을 허용했다. 실책 이후 23개 투구. 힘이 빠진 헥터는 결국 5회 박건우의 적시타, 김재환의 2점 홈런, 오재일의 1점 홈런을 맞고 패전을 안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KIA는 3-5로 뒤진 8회말 무사 1, 2루 기회를 맞았다. 한 방이면 역전, 단타라도 충분히 쫓아갈 발판이 될 만했다. 그러나 안치홍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2루 주자와 타자가 아웃되는 병살로 이어졌다. 두산은 두 번의 병살 상황에서 모두 효과를 보면서 5-3으로 이겼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가장 많은 병살을 펼친 팀은 KIA다. 151번으로 134번의 두산에 앞섰다. 다만 실책은 두산이 90개로 롯데(86개) 다음으로 적었고, KIA는 98개로 6번째로 적었다. 치명적 매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병살. 그 양날의 검이 남은 KS에서도 지배적인 요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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