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끝났다' 28일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 등판해 마이클 보우덴과 선발 투수 대결을 펼치는 KIA 좌완 팻 딘.(사진=KIA)
KIA 주전 포수 김민식은 지난 25일 두산과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KS 대비 훈련과 홍백전 때 어느 투수의 공이 좋았느냐"는 것.
당시 김민식은 "투수들 모두 3주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힘이 붙었다"고 하면서도 "팻 딘의 공이 가장 좋았다"고 강조했다. 포수로서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본 만큼 김민식의 평가였다.
팻 딘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S 3차전에 출격한다. 두산 마이클 보우덴과 선발 격돌이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팻 딘은 30경기 9승7패 평균자책점(ERA) 4.14로 조금은 평범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후반기 성적이 좋았다. 전반기 17경기 5승5패 ERA 4.88이던 팻 딘은 후반기 13경기 3승2패 ERA 3.18을 기록했다.
특히 9월 이후 5경기 2승1패 ERA 2.38로 팀의 실질적 에이스 노릇을 했다. 전반기 좋았던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의 힘이 살짝 빠져 있을 때 팻 딘의 활약은 KIA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힘이 됐다. 김민식은 "아무래도 정규리그 막판 잘 던졌던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IA의 9월 MVP에 오른 팻 딘.(사진=KIA)
KIA는 1차전 헥터가 6이닝 5실점(4자책)으로 고전하며 졌지만 2차전에서 토종 에이스 양현종의 역투로 분위기를 살렸다. 양현종은 답답했던 타선 지원에도 9이닝 11탈삼진 4피안타 2볼넷 122구 투혼의 완봉투로 1-0 승리를 지켰다. 역대 KS 첫 1-0 완봉승.
아직까지 KIA는 타선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기 어렵다. 1차전에서 6안타 3득점한 KIA는 2차전에서는 5안타 1득점에 머물렀다. 1점도 김주찬의 빗맞은 행운의 2루타와 상대 수비 실수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점수. 양현종의 분투가 없었으면 승리를 어려웠을 터다.
이런 상황에서 팻 딘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3~5차전이 3연전으로 열리는 만큼 불펜 소모도 줄여야 하는 상황.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한 KIA인 데다 4차전에서 쏟아부어야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양현종은 2차전에서 그야말로 혼신의 투구를 펼쳤다. 1패를 먼저 안은 팀에 반드시 승리를 안겨야 한다는 에이스의 책임감이 넘쳤다. 최고 시속 148km의 속구는 위력적으로 코너를 찔렀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는 상대 타이밍을 뺏기 충분했다.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IA 양현종이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하는 모습.(사진=KIA)
그런 양현종보다 어쨌든 KS를 앞둔 시점에서 팻 딘의 구위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관건은 멘탈이다. 승리의 의지와 집중력이 더해진다면 구위가 배가된다. 양현종의 완봉투로 팀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팻 딘에게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정규리그 성적만 보면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20승 듀오' 헥터, 양현종에 비하면 3선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KIA다. 그렇다면 KS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내년에도 KIA에서 뛸 수 있다.
올해 팻 딘은 두산에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3경기 1승1패 ERA 4.67을 기록했다. 잠실에서는 4경기 2패를 안았지만 ERA는 2.88로 좋았다.
에이스 양현종의 인생 역투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KIA. 과연 KS를 앞두고 가장 구위가 좋았다는 팻 딘이 그 상승세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