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통산 11번째 우승을 달성한 순간 그간의 아픔도, 아쉬움도 모두 눈녹듯이 사라졌다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오늘같은 날은 잘한 선수들이 부각되면 좋겠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는 7-6으로 앞선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위해 6차저 선발 등판 예정인 양현종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런데 1사 1루에서 조수행의 3루 방면 기습 번트 때 교체 출전한 김주형이 1루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
그 순간 3루 관중석이 침묵에 빠졌다. 아찔한 장면이었다. 계속된 1사 만루. 두산은 동점을 넘어 끝내기 승리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양현종이 모두를 구했다. 두 타자를 연거푸 범타로 처리하고 8년만의 첫 우승이자 통산 11번째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27번째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아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기태 KIA 감독은 9회말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아찔한 순간이 있었고 그때 어떤 심정이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김기태 감독은 "김주형을 투입한 것도 다 이기려고 했던 결정이다. 지금 울고 그러는데…"라며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안 좋았던 부분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오늘같은 날은 잘한 선수들이 부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 칭찬만 했다. "양현종과 헥터, 김윤동 등 우리 투수들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버나디나도 잘했고 만루홈런을 친 이범호 등 모든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현종도 김주형을 감싸안았다. 양현종은 경기 후 김주형과 어떤 말을 나눴냐는 질문에 "형이 광주에서 더이상 못 살뻔 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고맙다고 하셨다. 학교 후배가 막아줘서 다행이라고. 형도 잘하려고 했던 것이고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했고 또 많이 힘들어했다"며 "오늘 제가 잘 막아서 형이 그나마 광주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한번 활짝 웃었다.
양현종에게는 아찔했던 장면에 대해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승리 그리고 우승이 안겨준 선물이다. KIA는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으며 통산 11번째 우승의 감격을 마음껏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