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만에 펼쳐진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100승' 팀들간의 월드시리즈를 예상대로 치열했고 또 예상을 뛰어넘는 대혈투의 향연이었다.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에서 마지막에 웃은 건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휴스턴은 2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조지 스프링어의 쐐기 투런홈런에 힘입어 LA 다저스를 5-1로 누르고 최종 전적 4승3패로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9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29년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다저스에게는 통한의 패배였다.
클레이튼 커쇼와 저스틴 벌랜더, 댈러스 카이클, 켄리 잰슨 그리고 호세 알투베와 카를로스 코레아, 코디 벨린저, 야시엘 푸이그 등 내로라 하는 양팀의 슈퍼스타들은 거의 매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뜨거운 장면들을 연출하며 야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2차전과 5차전은 다시 보기 힘든 수준의 명승부였다.
휴스턴이 2017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장면들을 정리했다.
▲반전의 서막 : 곤잘레스의 2차전 9회말 동점포
다저스의 마무리 켄리 잰슨은 가을 무대에서 블론세이브를 모르던 투수였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2013년부터 올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총 25경기에서 블론세이브 없이 1승무패 1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84, 피안타율 0.137을 기록한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잰슨의 기록 행진은 26경기만에 끝났다. 다저스는 2차전에서 7회까지 3-1로 앞서갔다. 하지만 잰슨은 8회초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9회초에는 선두타자 마윈 곤잘레스에게 통한의 동점홈런을 얻어맞았다.
잰슨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블론세이브였다. 1차전을 잡은 다저스가 홈 2연전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문턱에서 무너진 것이다.
곤잘레스는 월드시리즈 1차전까지 올해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타율 0.150에 그쳤고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다. 곤잘레스가 때린 반전의 홈런은 시리즈 전체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휴스턴은 연장전에서도 계속된 스릴러 승부 끝에 다저스를 7-6으로 눌렀다. LA 원정에서 값진 1승을 챙기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곤잘레스의 한방이 결정적이었다.
▲다저스의 의지를 꺾은 3차전 호수비 퍼레이드
휴스턴은 3차전 2회말에 4점을 뽑아 다저스의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를 조기 강판시켰다. 3차전은 휴스턴 내야수 율리 구리엘의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난 경기였다.
다저스는 끊임없이 반격했다. 휴스턴 선발 랜스 매컬러스가 3회초 들어 갑자기 볼넷 3개를 허용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무사 만루에서 1점 만회에 그쳤다. 휴스턴 내야진은 코리 시거의 타석 때 기막힌 병살플레이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휴스턴의 수비는 놀라웠다. 알투베는 경기 초반 허슬플레이가 돋보인 환상적인 수비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4회초에는 2루타성 타구를 때린 푸이그를 2루에서 아웃 처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일라이트는 5회초에 나왔다. 휴스턴이 4-1로 앞선 5회초 2사 3루에서 크리스 테일러가 때린 중전안타성 타구를 휴스턴 중견수 조지 스프링어가 몸을 날려 잡아냈다.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휴스턴은 결국 5-3으로 승리, 1패 뒤 2연승으로 흐름을 뒤집었다.
▲'역대급' 명승부 : 조지 스프링어와 알렉스 브레그먼의 투맨쇼
2승2패에서 맞붙은 5차전은 그야말로 난전이었다. 휴스턴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이 3⅔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클레이튼 커쇼마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구리엘에게 3점홈런을 맞는 등 4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휴스턴은 1-4에서 4-4를 만들었고 4-7에서 7-7을 만들었다. 구리엘과 알투베의 3점포 퍼레이드가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휴스턴은 7회초 위기에 처했다. 코디 벨린저가 때린 중전안타를 스프링어가 잡겠다고 몸을 날렸다가 뒤로 흘린 것. 그 사이 1루주자가 홈을 밟아 균형이 깨졌다. 누가 봐도 잡기 어려운 타구였다. 주자가 1루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험보다 안정을 선택했어야 했다.
스프링어는 스스로 일어섰다. 이어진 7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서 동점 솔로홈런을 때린 것. 이 장면은 올시즌 휴스턴의 역사적인 질주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다. 넘어져도 늘 다시 일어섰다.
난전은 계속 됐다. 휴스턴은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알렉스 브레그먼이 연장 10회말 철옹성 잰슨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때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길었던 5시간 17분 승부를 13-12 승리로 마무리했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1-4, 4-7, 7-8 등 한경기에서 3번이나 스코에서 밀렸던 팀이 역전승을 거둔 역대 5번째 경기였다. 브레그먼은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장식했다.
▲커쇼와 잰슨이 나오기 전에 승부를 결정지은 스프링어의 대포
6차전 승리로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간 다저스에게는 믿을 구석이 있었다. 5차전 선발투수였던 클레이튼 커쇼, 하루 전 2이닝 퍼펙트 세이브를 챙긴 켄리 잰슨은 물론이고 알렉스 우드 그리고 6차전에서 살아난 불펜까지, 마운드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3차전에서 부진했던 7차전 선발 다르빗슈와 타자들이 초중반 승부를 대등한 양상으로 만들어주기만 한다면 다저스는 중반 이후 싸움에서 던질 카드가 많았다.
하지만 휴스턴의 초반 공세를 다르빗슈는 당해내지 못했다.
스프링어가 1회초 선두타자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브레그먼의 1루 앞 땅볼 때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스프링어가 득점했다. 브레그먼은 2루에서 3루를 훔치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해냈고 알투베의 땅볼 때 홈을 밟았다. 휴스턴은 적시타 하나 없이 2점을 뽑았다.
1회말 득점권 기회를 놓친 다저스는 대가를 치렀다. 휴스턴은 1사 2,3루에서 투수 매컬러스의 내야 땅볼 때 추가점을 올렸다. 이어 휴스턴의 영웅 스프링어가 중월 투런홈런을 때려 스코어를 5-0으로 벌렸다. 다르빗슈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한방이었다.
스프링어의 올해 월드시리즈 5번째 홈런. 스프링어가 앞서 때린 4개의 홈런은 승부의 균형을 깨거나 동점을 만든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영양가를 때렸을 때 그의 5번째 홈런은 절대 가치가 뒤지지 않는다.
다저스는 마운드 총력전을 펼쳤다. 커쇼가 3회부터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잰슨이 7회에, 우드가 8회에 나와 무실점 행진에 동참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다저스의 타선을 봉쇄하며 최종 스코어 5-1로 승리, 감격의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