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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도 무산된 왕조' KIA는 구축할 준비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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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도 무산된 왕조' KIA는 구축할 준비가 됐는가

    '왕조 구축의 첫 단계는 이뤘다' KIA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로 올라와 기뻐하는 모습.(잠실=KIA)

     

    2009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오른 KIA.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통산 11번째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KIA의 우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 전력을 갖춰온 전략의 승리다. 키스톤 콤비 김선빈-안치홍의 군 제대에 맞춰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를 영입했고, 총액 315만 달러(약 35억 원)에 수준급 외인 구성도 마쳤다. 여기에 시즌 초반과 막판 과감한 트레이드로 약점을 메운 기민한 움직임이 빛났다.

    이렇게 갖춰진 팀 구성 속에 김기태 감독의 따뜻한 '동행' 리더십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임창용,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 등 고참들을 존중하고, 임기영과 김윤동, 정용운, 임기준, 최원준 등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서 미래의 주축들을 발굴해냈다.

    이제 KIA의 과제는 올해의 빛나는 업적을 내년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왕년 KBO 리그를 주름잡았던 해태처럼 왕조를 구축할 수 있느냐다. 20세기 최강의 팀으로 군림한 해태처럼 21세기 KIA가 '타이거즈 왕조'를 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KIA-두산, 예상치 못하게 작용한 요인들

    사실 올해 KIA의 우승은 예상치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전력 구성상 팀 자체적으로도 목표가 우승은 아니었다. 조각을 이룬 주전들이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적고 고질적인 불펜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터라 내부적으로는 3위 정도를 목표로 잡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 확실한 우승후보는 두산이었다. 지난해까지 KS 2연패를 이뤄낸 전력이 고스란히 남은 두산이었다. 지난해 KS 진출팀 NC와 전력을 보강한 KIA, 롯데, LG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이라는 시즌 전 평가였다.

    하지만 그 탄탄한 전력의 두산도 왕조 구축의 기준이라는 3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왕좌를 지키는 게 어렵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우승의 원동력이던 '판타스틱4'의 선발진이 흔들린 데다 주축들의 부상과 부진이 아쉬웠다. 이런 가운데서도 전반기 5위에 머문 부진을 딛고 후반기 대반격으로 KS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였지만 KIA의 거센 바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지난 3월 WBC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양의지(왼쪽부터)가 교체 투입된 차우찬이 선동열 코치로부터 공을 받는 가운데 힘겨운 표정을 짓는 모습.(고척=황진환 기자)

     

    KIA의 우승과 두산의 좌절에는 두 팀의 전력 외적인 KBO 리그 안팎의 요인이 또 있었다. KBO 제도의 변화와 국제대회다. 올해 KBO 리그는 비활동기간이 늘어나 1월 중순부터 시작이던 스프링캠프가 2월로 늦춰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국가대표들은 그만큼 훈련량이 부족했다.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8명이 대표팀에 발탁됐다. 오재원, 허경민 등 내야진이 정작 리그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였고, 양의지와 김재호는 부상으로 시즌을 온전히 치르기 어려웠다. 공교롭게도 양의지, 김재호는 KIA와 KS 승부처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패인이 됐다. 지난 2년 연속 KS 우승의 후유증 속에 WBC의 피로감이 쌓인 탓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KIA의 우승에는 어느 정도 외적인 요인도 작용한 셈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처럼 '우주의 기운'이 KIA에 작용한 모양새다. KIA 선수단의 가열한 노력 속에 운까지 따르며 우승을 위한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왕조 구축이 이렇게 어렵다

    이는 반대로 그만큼 KIA가 왕좌를 사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도 된다. 당장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우승 전력을 갈무리하는 게 급선무인 데다 절치부심할 다른 강호들의 도전을 견뎌내야 할 KIA다. 성공적인 리빌딩과 다년간 전력을 구축해온 KIA로서는 한번의 우승만으로는 만족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은 왕조 구축이 목표인 KIA다.

    역대 KBO 리그에 '왕조'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은 구단은 손에 꼽는다. 80년대와 90년대 각각 3번 이상의 우승을 일군 '해태 왕조'가 최초다. 1983년 첫 우승한 해태는 1986~89년까지 최초의 KS 4연패를 달성했다. 91년과 93년, 96년, 97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KIA가 넘어야 할 왕조의 유산이다.

    그 바통을 현대가 이어받았다. 태평양의 뒤를 이어 96년 리그에 합류한 현대는 1998년 첫 우승을 일구더니 2000년과 2003, 04년까지 4번 KS 정상에 오르며 왕조를 구축했다. 1990년과 94년 우승한 LG와 2002년, 05, 06년 우승한 삼성은 왕조라 하기에는 우승 횟수와 기간 때문에 2%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김성근 감독의 SK가 왕조 반열에 올랐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KS에 오른 SK는 KIA와 혈전 끝에 우승을 내준 2009년을 빼고 3번 정상에 올랐다. 이후 삼성이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루며 해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10년대 왕조 건설을 이뤄냈다. 이후 두산이 왕조의 계승을 이루려 했지만 KIA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내년에도?' KIA 에이스 양현종이 지난달 30일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뒤 상패를 들어보이는 모습.(잠실=KIA)

     

    KIA의 왕조 건설은 쉽지 않다. 올해 비록 왕좌 사수가 무산됐지만 두산은 여전히 내년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FA(자유계약선수) 변수가 있지만 두산은 여러 차례 FA 변화의 영향이 적은 팀임을 입증해왔다. 비활동기간과 WBC 변수까지 없는 내년 두산의 절치부심은 KIA로서는 가장 두려운 요소다. FA 결과에 따라 롯데와 NC, LG 등 다른 강호들도 KIA를 위협할 도전자들이다.

    무엇보다 KIA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KS 최우수선수 양현종과 베테랑 임창용, 김주찬 등 FA를 잡아야 하고, 외인 3인방과 재계약도 서둘러야 할 KIA다. 무엇보다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진 헥터 노에시와 그에 버금가는 이닝을 소화한 양현종까지 주축들의 몸 상태를 점검해야 두산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올해의 벅찬 결과가 아니었다면 당초 KIA가 승부를 걸어야 할 시즌은 내년. 과연 KIA가 왕조 구축의 관건이 될 내년 시즌, 왕년 해태의 영광을 재현할 발판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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