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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책 보며 눈물·분노…그래서 만화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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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책 보며 눈물·분노…그래서 만화에 담았죠”

    [노컷 인터뷰] 웹툰 ‘김철수씨 이야기’ 작가 수사반장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작가 수사반장(32)의 첫 작품 ‘김철수씨 이야기’가 4년이라는 긴 시간 연재 끝에 종료했다. 2013년 10월 21일 연재를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연재되며, 지금까지 누적조회 2000만을 기록하는 등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작품은 이보다 인생이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불행한 한 사람 ‘김철수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철수 씨는 태어나자마자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이후 이곳저곳에 맡겨지는데, 행복해질만 하면 다시 불행이 찾아온다. 마치 ‘신의 저주’(라고 쓰고 ‘작가의 저주’라고 읽는다)를 받은 것 마냥 불행은 연속한다.

    이 작품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김철수 씨의 불행한 삶의 배경에 한국 현대사가 있는 탓이다. 80년대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절망이 그의 삶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의미 ‘김철수 씨’는 특정인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온 ‘당신’이기도 하다.

    웹툰을 그린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는 직접 만나기 전까지 상당히 걱정했다. 전화는 받지도 않고, 문자로만 연락을 주고받는데 말투가 심히 건조하다. 3일 부천역 근처에서 만난 작가는 32살로, 예상보다 젊었고, 예상치 못하게 밝았다.

    김철수 씨에게 끊임없이 불행을 선사해 일부 독자들에게 ‘사이코’ 혹은 ‘새디스트’라는 의혹도 받았지만, 그는 ‘김철수씨 이야기’도, 향후 작품도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웃었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5.18을 비롯해 현대사를 작품에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책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분노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시대에 살아온 사람들이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당시를 합리화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속죄와 용서’에 대한 것이었다”며 “잘못을 저지르고도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 불행해진다. 기구한 김철수 씨의 인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의 잘못된 행동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작가와 나눈 대화 1문 1답.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김철수씨 이야기’가 첫 작품인가.
    = 그렇다. 정식으로 등단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이 이야기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
    = 하굣길에 문득 악인에 대한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어떤 악인을 그릴까 생각하다가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악인을 그려보자’ 생각했다. 또 그런 사람이 어떤 일을 겪어야, 모든 이를 증오하게 될까를 생각하다가 지금의 ‘김철수씨 이야기’를 구상했다.

    ▶ 무려 4년간, 200회에 가까운 그림을 그렸다. 원래부터 이렇게까지 호흡이 긴 작품을 구상했나.
    = 원래는 9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생각했다. 그러다 만화(웹툰)로 바뀌었고, 그러다 보니 조연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작품이 길어졌다.

    ▶ 원래대로라면 결말이 달랐을까.
    =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 초기 40회 정도로 구상했을 때는 철수가 소각로에 들어가고, 나영희 씨가 도착 전에 죽는 게 결말이었다. 그런데 만화로 바뀌면서 조연들 위치가 강해지고 엔딩도 바뀌었다. 90분짜리 애니메이션에서 지금과 같이 철수를 살렸다면 억지가 될 것 같았다.

    ▶ 왜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기를 포기했나.
    = 한 편 작업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일단 애니메이션 감독 위치까지 가려면 너무 시간이 걸리니까. 만화를 그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 ‘김철수씨 이야기’를 향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은 있나.
    = 예전에는 그런 생각했는데, 지금은 없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작가로서 정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 ‘속죄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김철수 씨를 포함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죄를 저지르고, 결국 용서를 구한다. 속죄는 죄를 저지른 자가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악인의 이야기면, 그냥 악한 인물이 저지르는 범죄를 그려도 될 것 같은데, 왜 속죄하는 이야기가 됐을까.
    = 김철수 씨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서 인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원래도 바이러스를 안 퍼트리고, 김철수 씨가 감염이 돼서 소각로로 들어가려는 게 결말이었다. 나는 괴물은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니라 어떤 폭력과 업악이 겹쳐졌을 때 탄생한다고 본다.

    ▶ 구조적 환경이 원인이라는 건가.
    = 그런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거다.

    ▶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나.
    = ‘사이코패스’와 관련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그 책에 우리가 생각하는 비율보다 사이코패스 비율 높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가 연쇄살인마가 되거나 비정상적인 행동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저자는 ‘세 개의 달’이라 표현하는데, 사이코패스 뇌를 가진 사람이 억압이나 성폭력 등의 사건을 겪으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면 평범하게 살게 된다고. 그게 많이 공감됐다. 실제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 남녀 구분 없이 성폭력 등 학대 경험이 있더라.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나.
    = 일단 김철수 씨가 그 시대를 산 사람이니까, 그 이야기를 안 넣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형식을 좋아한다. 현대사의 주역이 아닌 엑스트라나 조연인데 걸치는 이야기, 예를 들면 ‘포레스트 검프’나 ‘효자동 이발사’처럼. 나 같은 경우 2002년 월드컵을 겪은 세대로 아직도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또한 최근의 촛불집회도 마찬가지고. 그런 사건이 캐릭터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해서 그 이야기를 넣었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시대적으로는 현대사를 넣었다 하더라도, 공간적으로 굳이 ‘광주’를 넣은 이유는.
    = 큰 사건이기도 하니까. 5.18 관련 이야기는 원래 적게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너무 화가 나고 울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피해자도 아직 생존하고 있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 원래 현대사에 관심이 있었나.
    = 관심이 있었다. 역사물을 좋아한다. 조선사도 좋아하고.

    ▶ 혹시 고향이.
    = 부산 출신이다.

    ▶ 5.18 이야기를 다룰 때 나름 부담도 되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을 것도 같은데.
    =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선택해 그렸다. 원래 콘티에서 5.18 이야기는 헬기서 기관총 사격하는 장면을 넣었다가 뺐다. 지금은 헬기 총격이 있었다고 나오는데, 그 당시 내가 자료를 볼 때는 검찰 발표에선가 헬기 총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교차 검증을 해서 한쪽에 없는 이야기면 빼는 식으로 했다.

    ▶ 그렇게 한 이유는.
    = 내가 혹여나 잘못 올려서 거짓이라는 반론을 들으면, 나머지 이야기들까지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까봐 이다. 이게 나만의 문제면 상관없는데, 피해자분들께 피해를 드릴까봐.

    고아였던 어린 김철수 씨를 입양하고자 했던 복순 씨는 불운한 사고로 좌절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김철수 씨도 그렇지만, 조연급 인물들 삶이 너무 기구하다. 나도 그랬지만 독자들이 많이 싫어했을 것 같다.
    = 독자들 반응 때문에 힘들었을 때가 초반에 자살하는 김철수 씨 양어머니 때다. 그 인물이 죽었을 때 독자들이 많이 화를 냈다. 작가가 ‘사이코패스냐, 미친 거 아니냐’ 등 댓글이 많았다. 어떤 분들은 작가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하고, 작가가 새디스트라서 애를 괴롭히는데, 이걸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해는 한다. 이게 몰아서 보면 좀 다를 텐데, 1주일에 1편 올라오니, 출근길에 보는데 누구 다치고, 죽고 하니 우울했을 것 같다. 그때 독자들이 많이 떠났다. 떠나는 독자 잡아 보려고 중간 이후부터는 개그도 넣고 했는데.(웃음)

    가끔씩 이런 유머가 등장한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그래도 결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고 다른 반응들이 나왔을 것 같다.
    = 끝까지 보고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고 한 분도 있었고, 해피엔딩으로 끝내줘서 고맙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떤 분은 작품을 보고 국사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고 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조연 중에는 작품 내내 악인으로 비치는 인물도 있지만, 사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혹여 세상을 좋게 바꾸려는 사람도 나오는데, 결국에는 김철수 씨를 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설득력이 있어서 화가 나기보다 안타까웠다.
    = 그것 때문에 작품이 길어졌다. 작가가 스토리상 정해놓는 게 있다. 이 인물은 떠나야 하고, 이 인물은 배신해야 하는 식으로. 그런데 이 결정이 작가인 내가 납득이 안 되니까, 이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과거나 사건이 필요했다. 그게 결국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

    ▶ 그래서 작품이 계속 길어졌나.
    = 내가 기본적으로 분량 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아. 다 능력이 부족해서지.(웃음).

    ▶ 작품이 길어진다고 PD가 뭐라고 안 하던가.
    = 나중에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웃음)

    ▶ 김철수 씨를 버리는 선택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을까.
    = 그게 정당화이고 합리화이다. 그 선택이 어쩔 수 없었다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넘어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속죄와 용서를 구하는 것까지 넘어가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폭력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 불행해진다. 기구한 김철수 씨의 인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의 잘못된 행동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작품에서 김철수 씨에게 잘못한 캐릭터들 결국 사과한다. 김철수 씨도 결국 단상에서 잘못을 고백한다. 그게 속죄라고 생각한다. 속죄는 피해를 입은 자에게 저지른 당사자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차기작도 이렇게 어두울까.
    = 동화 같은 느낌으로 단편을 해보려 한다. 웃기고 재밌는 얘기도 있고, 무서운 얘기도 있고. 그런 동화를 한두 편 형태로 연재하고 싶다. 아마 대부분 기분 나쁜 동화가 되지 않을까.

    ▶ 역시.
    = ... (웃음) 하지만, 내 작품은 결말이 해피엔딩일 거다.

    ▶ ...
    = 하하하. 내 능력이 다 부족해서다.(웃음)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 작품은 다크하면서, 작가는 왜 이렇게 밝지.
    = 그냥 만화 그리는 게 좋아서인 것 같다.

    결말은 해피엔딩.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 그런데 그림체가 원래 그런가. 뭔가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잘 어울린다.
    = 둘 다다. 작품도 그래서 인 것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선이기도 하다.

    ▶ 그런데 못생긴 철수 씨가 종종 예뻐질 때도 있단 말이지.
    = 상업성과의 타협이랄까(웃음). 예쁘게 그리면 반응이 다르긴 하다. 독자분들이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철수 씨 코도 나중에 높아지고.

    ▶ 흐흐흐.
    = 흐흐흐.

    ▶ 첫 작품이라 애정이 남다르겠다. 끝낸 소감은.
    = 시원섭섭하다.

    ▶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
    = 부족한 작품 끝까지 재밌게 봐줘서 감사하다. 좀 더 재미있는 차기작으로 찾아뵙겠다.
    (그림=레진코믹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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