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조현병(정신분열) 환자 행세를 하며 병역을 면제받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조현병 진단 당시 남성이 제출한 검사지.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수년 동안 정신질환을 앓는 것처럼 가장해 병역을 면제받은 남성이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이 남성은 실제 조현병(정신분열) 환자를 만나 언행을 보고 따라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초 부산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 A(31)씨가 찾아왔다.
A씨는 자신이 2012년 조현병 판정을 받아 취소된 운전면허를 재발급받아야 한다며 건강검진을 신청했다.
검진 결과 A씨는 건강에 이상이 없을 뿐 아니라 지능지수도 110을 넘겨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측은 A씨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조현병 판정 당시 53이었던 지능지수가 불과 5년 만에 정상인 이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A씨는 2012년 조현병 판정 이후 병사용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까지 면제받은 상태였다.
병원 측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개월 동안 A씨의 행동과 주변인과의 관계 등을 살핀 결과 조현병으로 의심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수입차 판매점이나 중소 언론사에 취업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까지 하고 있었다.
경찰은 단서를 모은 끝에 이달 초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2005년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은 A씨는 2009년부터 2년 넘게 조현병 환자인 척 연기한 끝에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원에서 수년 동안 경과를 지켜보며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지만, A씨는 이를 모두 통과하고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자신이 다니는 종교단체에서 실제 조현병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남성을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병 환자의 언행을 관찰한 뒤 그대로 따라 하거나, 병원 검사용 문답지에 적을 답을 미리 알아내기도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개월 동안 증거를 모으는 과정에서 A씨의 지인 등을 상대로도 수사했으나 A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느낀 사람은 전혀 없었다"며 "종교단체에서 알게 된 조현병 환자에게 접근해 행동과 말을 관찰하는 등 수년 동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로 A씨를 구속하는 한편 이 같은 병역 면탈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