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하철 몰카' 혐의로 입건된 현직 판사의 수사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4개월째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해당 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검찰 추가조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홍종희 부장검사)는 '몰카'(몰래카메라)를 찍은 혐의를 받는 서울동부지법 소속 A 판사를 최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A 판사는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 연기요청서를 제출해 검찰 추가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A 판사를 한 차례 더 불러 확인할 사안이 있는데 아프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만간 다시 소환해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2개월 내 수사 종결을 전망하고 있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8월 "A 판사 성 비위 사건은 처분까지 내리는 데 2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수사가 수개월째 지연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의자인 A 판사가 '직업'과 '집안'을 배경 삼아 특혜를 누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 판사는 현직 야당 중진의원의 아들이다.
이에 동부지법 관계자는 "A 판사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연가를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판사는 오랜 기간 아플 경우 다녀오는 '병가' 대신 연가를 사용했고, 여전히 법원으로 출근해 민사항소 사건을 맡고 있다.
A 판사는 지난 7월 18일 오후 10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몰카를 찍다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역무원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A 판사는 경찰조사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이 자동으로 작동해 찍힌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사결과, A 판사의 휴대전화에서 여성의 치마 아래가 찍힌 사진 3장이 나왔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및 산하 13개 법원 국정감사에서도 A 판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A 판사가 재판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디지털 성범죄 공무원에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단 한번 범죄로 퇴출)를 고려해야 한다"(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며 엄중 조치를 주문했다.
이에 이승영 동부지법원장은 "비위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엄격한 절차 진행 없이 일체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까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