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공개한 '윈도우 혼합현실(Windows Mixed Reality)'과 이를 지원하는 헤드셋(HMD: Head mounted Display) 제품군을 공개한 지 약 한달여 만에 한국MS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MS는 15일 서울 강남 잼투고에서 MS의 혼합현실(MR) 전략과 디바이스 및 폭넓은 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 나가고 있는 '윈도우 혼합현실'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의 '윈도우 MR' 지원 헤드셋인 '삼성 HMD 오딧세이'도 함께 공개 됐다. 이미 영미권 판매를 시작한 HMD 오딧세이는 21일 국내 소비자가 79만 원에 시판된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우선 판매에 들어간 윈도우 MR 지원 헤드셋은 에이수스를 제외한 HP, 레노버, 델, 에이서 등 모두 5종으로 출시 가격은 399~499달러로 대동소이 하다.
삼성 HMD 오딧세이는 현지가 499달러(약 55만 5천원)로 세금을 포함해도 약 10만원 정도 더 비싸게 출시된다. 5종 헤드셋은 현재 윈도우 MR 전용 컨트롤러 기본 포함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컨트롤러와 센서 등을 별도 구매해야 하는 HTC 바이브나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VR 헤드셋보다 많게는 두배 이상 저렴해 확실한 장점으로 꼽힌다.
이날 한국MS '윈도우 혼합현실' 기자 간담회에 전시된 HMD 제조사들의 윈도우 MR 헤드셋을 이용해 콘텐츠를 직접 시연해봤다.
MS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는 개념을 붙였지만 현재 제공되는 콘텐츠는 가상현실(VR) 콘텐츠만 경험할 수 있다. 홀로렌즈에 지원되는 콘텐츠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당장 시연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HMD 기능의 제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날 처음 국내 공개된 삼성 HMD 오딧세이를 비롯해 HP, 레노버, 델, 에이서 등의 헤드셋은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소니 플스4 VR과 외형이나 기능은 흡사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이들 제품이 공간 및 사용자 인식을 위해 여러 외부 센서 제품이 필요한데 반해 윈도 MR 지원 헤드셋들은 별도의 외부 센서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윈도우 MR 헤드셋에 적용된 카메라가 외부 현실을 최소 4K 이상으로 촬영하는 고성능이어야 하지만, 현재 적용되는 2개의 카메라는 VGA급에 흑백이다. 기존 센서(Ouside-In Tracking)를 대체하는 트래킹 정보 수집만 할 뿐 증강현실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헤드셋만 가지고 윈도우 MR 지원 PC나 노트북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휴대성 면에서는 좋았지만 헤드셋의 전면 카메라 센서에 의존하다보니 카메라 센서가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했다. 카메라 시야 안에서 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해야만 완벽한 트래킹이 가능한 방식(Inside-Out Tracking)이서 컨트롤러가 헤드셋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나면 작동이 정상적으로 안될 수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가상현실 게임이나 360도 촬영된 수원 화성을 열기구에서 내려다 보는 동영상 콘텐츠 등이 대부분이어서 MR이라는 장르를 직접 경험해보는데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VR 콘텐츠를 임베디드 해 윈도우 MR이 VR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윈도우 MR 세팅 시간은 10분 안팎으로 기존 프리미엄 VR 헤드셋에 비해 세팅 시간이 무척 빨랐다. 세팅이 끝나고 헤드셋을 쓰면 윈도 MR 가상 스페이스가 나타나고 사용자가 컨트롤러를 사용해 메뉴를 선택하거나 가상 공간의 가구를 움직여볼 수도 있다.
게임 앱이나 웹서핑, 영화 감상도 가능했다. 다만 시연에서는 제조사별로 마련한 특정 앱만 사용할 수 있어서 다양한 콘텐츠 경험은 하기 어려웠다. 이미 VR 헤드셋은 여러번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 다소 식상한 느낌을 줬다. MR 헤드셋에 포켓몬 고나 애플 ARKit, 구글 ARCore 기반의 AR 콘텐츠를 데모를 떠올려보는 정도에 그쳐야 했다.
그나마 MS의 홀로렌즈 사용 경험이나 윈도우 MR 소개 동영상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지만, 당장 50~70만원대 가격을 주고 구입하기엔 망설여질 수 있다. 그나마 권장 스펙을 가진 PC와 헤드셋의 업데이트가 완만한데 비해 다양한 콘텐츠 생산은 MS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윈도우 스토어의 2만2천여 개의 콘텐츠 앱을 MR 헤드셋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위안이 된다.
콘텐츠 이용에서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화상 초점도 비교적 정확했고, 어지러움 현상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4K 콘텐츠가 임베디드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4K 화질이 구현되지 않으면 AR이든 VR이든 현실감이나 몰입감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 고음질 오디오 지원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HMD 오딧세이에 360도 공간 사운드를 제공하는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 고품질 헤드폰 탑재는 눈길을 끈다.
헤드셋이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지원되는 콘텐츠가 빈약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성능 콘솔 게임기만도 못한 경험만 기억에 남게 된다. 프리미엄 VR 헤드셋이 출시된지 2년이 다 되도록 성장에 부침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MS가 윈도우 MR 생태계 조성에 본격 나선 이유는 이처럼 VR이 가진 한계와 새롭게 주목받는 AR 플랫폼을 모두 흡수해 콘텐츠 제약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진입장벽이 높았던 가격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MS의 앞서있는 증강현실(AR) 홀로그램 기술 플랫폼인 '홀로렌즈'가 콘텐츠 기술 기업들의 파일럿 디바이스로 사용되고 있지만 시장 확산이 더딘데 반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경쟁 기술 기업들이 일반 소비자에 중점을 둔 AR 기술 및 생태계 조성에 발빠르게 나서면서 MS의 행보를 앞당겼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먼저 시작된 VR 시장을 흡수하면서 이제 막 대중화에 들어선 AR 콘텐츠 개발에 보폭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국MS 장홍국 전무의 말대로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윈도우 MR은 갈길이 멀지만 윈도우라는 강력한 OS와 플랫폼 확장성을 갖춘만큼 모바일 못지 않게 PC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